‘연장근로 사전승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연장근로가 회사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 사전승인 없어도 인정돼 

 

사용자가 직접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퇴근시간 이후에도 남아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근로자가 단순히 개인적인 용무를 위해 사업장에 체류한 경우 사업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연장근로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근로시간 중에는 전화 등 방해요소로 인해 집중이 어려워 퇴근시간 이후를 활용해 잔업을 처리하거나, 근로자의 자율적 판단으로 추가근로를 제공한 경우에는 사용자의 묵시적 승인에 따른 연장근로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기업에서는 ‘연장근로 사전승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장근로 사전승인제도란, 근로자가 연장근로를 수행하기 전에 회사의 승인을 받을 것을 규정해, 승인없이 수행된 연장근로는 자발적 근로로 간주하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이다. 비록 노동관계법령에서 명시적으로 규정된 제도는 아니지만, 연장근로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장근로 사전승인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임의로 연장근로를 한 경우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소멸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입장에 차이가 존재한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사용자의 근무 지시없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소정근로시간 이외에 근무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55조의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근기 68207-1036, 1999.05.07.). 다른 행정해석에서도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나 사용자의 명시적인 요구가 없었음에도 근로자 본인의 의사에 의해 근로자가 성과를 높여 수당을 더 받기 위한 목적으로 연장근로를 수행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55조에 의한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근로기준과-4380, 2005.08.22.).

 

반면, 법원은 연장근로를 수행한 목적이 전적으로 회사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 근로자의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 연장근로 사전승인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연장근로 사전·사후 신청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의 연장근로수당 등이 문제된 사건에서, 1심 법원(서울중앙지법 2013가소5258885, 2014.01.17.)은 연장근로가 사실상 필요한 사실, 현실적으로 연장근로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측이 싫어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장근로신청을 포기하는 분위기에 있는 직장이라면 연장근로에 대한 사용자의 승인을 얻지 않았다거나 연장 근로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연장근로한 시간에 대하여는 그에 상당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8. 26. 선고 2014나9327 판결)은 1심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 기록 중 다수가 사업장 밖에 소재하는 기록들이 있었고, 위치 조작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시행시킬 경우 퇴근장소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음이 확인됨에 따라 근로자들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연장근로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에서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된바 있다. 비록 연장근로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연장근로 수당 청구요건에 대한 기준 법리를 부정하지 않았다.

 

즉, 연장근로 사전승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이라도 연장근로를 수행한 목적이 전적으로 회사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고, 현실적으로 연장근로를 할 수 밖에 없는 필요성과 실제 연장근로 하였음을 명확한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한다면, 사전에 연장근로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연장근로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실질적인 업무 필요없이 조직 분위기로 인해 연장근로가 관행처럼 이뤄지는 사업장에서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연장근로가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시간을 철저히 관리해 소정근로시간 내에 업무를 마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야하고, 불가피하게 연장근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연장근로 인정기준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를 마련해 분쟁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송담 노무사사무소 김현희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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