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영역을 재편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일PwC가 최근 내놓은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의 M&A 트렌드’ 보고서는 이커머스, 소셜미디어, 콘텐츠 등 각 플랫폼 유형별로 서로 다른 M&A 전략이 전개되고 있으며, 데이터 경쟁력과 사용자 기반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들의 M&A는 시장 확장, 제품·콘텐츠 포트폴리오 다양화, 운영 효율성 향상, 기술력 강화, 네트워크 효과 극대화 등을 주요 목적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플랫폼 기업들은 빠르게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쟁우위를 확보하며,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고, 수익 모델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플랫폼 유형별 M&A트렌드를 이커머스 플랫폼, 소셜미디어 플랫폼, 콘텐츠 플랫폼, 기술 플랫폼으로 나눠 설명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성숙기에 접어든 기존 시장을 벗어나 중고거래 시장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확장이 눈에 띈다.
최근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소비방식이 주목을 받으며 중고제품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중고제품의 검수 및 인증 기능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중고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eBay는 패션 진품 인증기술을 보유한 Certilogo를 인수해 중고시장에서의 신뢰성과 사용자 경험을 높이고 있으며, 네이버는 북미 최대 중고 C2C 플랫폼인 포시마크(Poshmark)를 약 12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커머스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는 알리바바와 손잡고 중국시장 진출을 시도했고, 네이버는 마켓컬리와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식품 유통채널을 넓히고 있다. 이는 기술·물류·콘텐츠를 결합한 복합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소셜미디어 영역에서는 ‘숏폼 콘텐츠’와 ‘개인정보보호’가 새로운 M&A 키워드로 부상했다. TikTok, Instagram Reels, YouTube Shorts와 같은 짧은 형식의 비디오 콘텐츠가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Meta(구 페이스북)는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홀로그램 및 햅틱 기술기업을 연이어 인수하며 기술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유출 문제 대응을 위해 보안 기술기업 인수도 진행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LinkedIn을 인수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어·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Tummult Labs Inc를 인수했다.
▲콘텐츠 플랫폼=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OTT 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지며 OTT 플랫폼의 침투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Netflix, Disney+ 등 글로벌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는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졌지만, 제작비 부담과 구독료 인상으로 최근 성장세는 다소 둔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AVOD(광고 기반 주문형 비디오)와 FAST(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 같은 광고 기반 수익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도·필리핀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은 경쟁 심화 속에서 M&A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Amazon은 인도 미디어 그룹 Times Internet으로부터 Mx Player를 인수했으며, Disney Plus는 인도 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위해 Reliance Industries와 합병했다.
▲기술 플랫폼=기술 플랫폼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관리,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요구를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오라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SaaS 전환, 생성형 AI 기술 도입,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M&A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Alphabet은 2024년, B2B ChromeOS에서 Windows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지원을 위해 Cameyo를 인수해 Chrome 환경에서 Windows OS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켰다. 또한,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Wiz를 약 320억 달러에 인수해 클라우드 보안 역량을 강화했다.
AI 기술 확산…성공적인 M&A를 위해 법적 검토 필수
보고서는 2024년 ChatGPT를 기점으로 생성형 AI 기술이 플랫폼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향후 플랫폼 시장은 AI 기반 서비스의 고도화 및 개인화가 핵심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AI를 활용한 맞춤형 쇼핑 경험과 VR·AR 기반의 몰입형 서비스로 고객 락인 효과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소셜커머스 확대와 함께 글로벌 이커머스와의 결합으로 M&A 및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콘텐츠 플랫폼은 AVOD, FAST 등 광고 기반 모델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신흥국 시장 공략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플랫폼은 SaaS 전환과 AI 융합을 통해 고도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보안 강화를 위한 M&A가 지속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플랫폼 M&A에서는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자산의 가치, 공정거래 규제 대응 등이 핵심 고려사항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MAU(Monthly Active User), DAU(Daily Active User) 등 사용자 규모와 참여도 지표는 플랫폼 가치의 직접적인 척도로,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예측하는 데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인수 대상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양과 질도 중요하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LinkedIn 인수를 통해 자사 클라우드·오피스 제품군과 연동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한 바 있다.
M&A 과정에서의 공정거래 규제 대응 역시 중요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Meta가 Instagram과 WhatsApp을 인수한 사례에서 온라인 광고시장 경쟁 저해를 이유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이는 2025년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플랫폼 M&A가 사용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 집중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경쟁성 분석과 법적 검토가 필수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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