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피(Fee)’를 먹고 자란 배달 플랫폼

배달 수수료 늪에 빠진 골목상권…‘수수료 상한제’ 필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정한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공약으로 공정한 배달문화를 위한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를 내걸었다. 수수료 상한제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가 입점한 점주들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과 수수료 상한제가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고, 제도 도입 시 고려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배달 플랫폼은 자영업자의 ‘피(Fee)’를 먹고 자란다

 

먼저 자영업자들이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고 있는 항목에 관해 살펴보자. 크게 광고비, 중개 수수료, 배달 대행비, 포장주문 수수료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광고비는 배달 플랫폼 내에서 가게 노출을 위해 내는 비용이다. 단순히 배달 플랫폼에 입점만 해서는 주문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소상공인들이 광고비를 낸다. 광고비는 클릭당 과금 방식으로 소비자가 가게를 클릭할 때마다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 있고, 월 고정 광고비를 내고 일정 반경 이내 소비자에게 가게를 노출하는 방식이 있다. 소비자들이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은 가게를 별도로 찾아서 주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소상공인에게 광고비 지출은 사실상 필수다.

 

중개 수수료는 배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주문에 따라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이용료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배달 주문 1건당 매출에 따라 주문 금액의 2.0~7.8%(부가세 별도)를 중개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사단법인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외식업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2025년 2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점주들이 사업장 운영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배달앱 수수료(7점 만점에 5.68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부담을 느끼는 요인으로는 세금(5.46)과 식재료비(5.41), 공과금(5.38), 고용인 인건비(5.34), 임차료(5.30) 순으로 조사됐다.

 

배달비는 배달 플랫폼에 음식 배달을 맡길 경우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매출 산정 후 자영업자에게 1900원에서 3400원 사이의 배달비를 부과한다. 영세한 자영업자일수록 인력이 부족해 직접 배달하기 어렵고, 가게 입지가 좋지 못해 배달 없이는 손님을 유치하기 어려워 플랫폼에 배달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2023년 2월 한국소비자원의 배달앱 가격·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배달비 수준에 대해 소비자의 50.1%(977명)가 비싸다고 응답했으며, 소상공인은 75.9%(763명)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즉 소상공인이 배달비에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포장주문 수수료는 고객이 배달 플랫폼을 통해 포장 주문을 하고 식당에 음식을 가지러 가는 경우, 배달 플랫폼이 해당 매장에 부과하는 수수료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14일부터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 6.8%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객이 직접 매장에 방문해 음식을 가져가는 경우에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심지어 포장재 비용을 배민에서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자영업자는 가게 임대료, 인건비, 전기·가스·수도 요금, 통신비, 보험료, 원재료비, 포장재 비용, PG사에 지불하는 카드결제 수수료(보통 3% 이내) 등 지출해야 하는 항목이 이미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배달 플랫폼에 내는 광고비와 중개 수수료, 배달 대행비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소비자 지갑’은 얇아지고, ‘지역 상권’도 메마른다

 

배달 플랫폼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점차 커지자, 최근에는 매장 가격과 배달 앱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2023년 2월 한국소비자원의 배달앱 가격·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음식점의 58.8%가 매장과 배달앱 내 가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불일치 유형을 살펴보면, 97.8%가 배달앱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배달은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매장 식사와 같은 가격을 받기가 어렵다. 포장 역시 배달 플랫폼이 포장주문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가격 할인이 어려워졌다.

 

플랫폼의 독과점이 소상공인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소비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는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이 지역 소상공인의 순이익으로 남지 못하고, 매출액 중 상당한 금액이 배달 플랫폼 기업과 대형 배달대행사 등 대기업으로 유출될 경우, 지역 경제의 자생력이나 고용 창출력이 약해질 수 있다.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 증가는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 또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 고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지역 사회의 고용 둔화는 자칫 청년이나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며, 또다른 사회적 비용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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