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로 美 재정악화, 관세 장기화 우려

재정적자 향후 10년간 3조달러 이상 확대 예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인해 관세정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심화됨에 따라 강고높은 관세정책을 유지할 유인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1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펴낸 ‘트럼프 2기 예산법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는 “미국의 재정건전성은 2000년대 이후로 가장 악화된 상황이며, 지출 구조 개혁 없이는 이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인상과 같은 추가적인 수단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OBBBA 법안은 대선 공약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다. 주된 내용을 보면 우선 2018년 인하된 세율과 확대된 공제 혜택을 영구화하기로 했다. 당초 2025년까지 시한부로 만들어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적용된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세제 혜택 축소도 중요한 변화다. 소비자용 친환경차 세액공제 혜택 만료 기한은 기존 2032년에서 2025년 3분기 말로 줄어든다. 상업용 친환경차에 대한 혜택도 2025년 3분기 말을 기점으로 끝난다. 보고서는 “친환경차 관련 프로그램 및 세액공제 삭감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 큰 변화는 재정적자 확대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장기금리 상승이 심화될 경우 이자지출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연방정부 이자 지출 비용 크게 증가할 수도

보고서는 OBBBA 법안이 “경제성장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지만, 미국의 재정적자를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초장기적인 영향을 연구한 기관들은 대체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고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재정 관련 연구기관들은 OBBBA 통과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3조달러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미 연방정부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순이자 비용 비중은 11.9%(1.1조 달러)로 국방비 지출액 규모(1.4조)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향후 순이자 비용이 국방비 지출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출 감축을 하더라도 재정적자가 순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OBBBA 통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는 향후 장기금리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불안정성 심화로 초장기(20년 이상) 및 장기금리(10년 이하)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OBBBA로 인한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해 추후 충분한 지출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기금리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미국 채권에 대한 신뢰 저하, 불안정성 심화로 초장기 채권에 대한 프리미엄은 급격히 낮아졌으며, 커다란 지출 감축 없이 OBBBA가 통과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 재무부 채권 20년물과 10년물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전후 꾸준히 0.3%p의 금리차를 보였으나,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당시 0.4%p의 격차를 기록했다. 현재는 0.5%p 이상 금리차가 확대돼 장기적인 위험 신호가 가중되고 있다. 불안정성 심화로 인한 장기 채권 프리미엄 하락 현상이 강화되면 장기금리와 달러 가치 간 연결 고리도 더욱 약화될 수 있다. 

 

과거 1990년대 초반 미 연방정부 전체 지출 중 이자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웃도는 시기가 있었으나, 이는 1980년 전후 볼커 미 연준 의장이 고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으로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한 것이 시차를 두고 재정지출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볼커 의장 시기 실효 연방기금금리가 15%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에 비하면 현재의 연방실효금리는 4.3% 수준으로 크게 낮다. 실효금리가 낮음에도 이자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사실은, 부채의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로 읽힌다. 

 

보고서는 “OBBBA 발효에 대해 미국 내 대다수 연구기관이 재정적자 확대를 예상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연방정부 지출 감축 없이는 현 상황이 완화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우며, 이는 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추가로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봤다. 

 

또 “관세정책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악화되는 재정건전성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고강도 관세정책을 유지할 유인이 있는바, 향후 이와 관련된 미국 장기금리 및 환율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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