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세대교체·지속성 확보 열쇠는 M&A

100% 지분 매각과 6개월 내 매각 선호하지만 준비는 부족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M&A)을 새로운 성장전략이자 현실적인 출구전략으로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멘스투자자문은 최근 발표한 ‘2025 중소기업 M&A 매각 트렌드 리포트’ 보고서에서, 최근 중소기업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경영 부담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은퇴·승계 대안으로 M&A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IT와 외식·프랜차이즈(F&B) 업종은 매각 의향이 가장 높은 산업군으로 꼽혔다. 이들 업종은 최근 몇 년간 활발한 거래 사례가 이어지면서 매각 수요가 가시화됐다.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은 고령화된 경영진의 은퇴, 가업승계 부담 등 구조적 요인이 매각을 촉발하는 주된 배경으로 지목됐다.

모멘스투자자문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국내 중소기업 대표자 및 경영진 2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6.3%가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F&B(90.9%)와 IT·SW(83.3%)에서 매각 의향이 두드러졌다.

 

IT·F&B, ‘EXIT’ 기대감에 매각 의향 최고조

보고서에 따르면, 업종별 매각 고려율은 ▲F&B 90.9% ▲IT·SW 83.3% ▲서비스업 66.7% ▲제조·건설업 65.0% ▲B2C 브랜드·커머스 52.7% 순으로 집계됐다.

F&B 업종은 최근 역전할머니맥주, 런던베이글뮤지엄, 설빙 등 브랜드 기업들의 잇단 성공적인 매각 사례가 분위기를 이끌었다. 외식업은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으로 단독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기업·전략적 투자자와 손잡아 확장성을 확보하려는 니즈가 강하다.

IT·SW 업종 역시 스타트업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매각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응답자의 41.7%는 “기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매각을 고려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후속투자 유치 대신 M&A를 통한 자금 확보와 안정적 운영을 모색한다는 의미다.

반면 제조·건설업은 다른 양상이 두드러졌다. 해당 업종 응답자의 42.4%는 “건강 문제나 은퇴”를 매각 동기로 꼽았다. 이는 고령화된 경영진의 현실적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조업은 후계자 부재와 경영권 승계의 어려움으로 M&A가 가업승계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매출 규모는 작지만 ‘성장기’에 매각을 선호

매각을 고려하는 기업의 상당수는 소규모였다. 전체 응답 기업 중 71%가 매출 50억 원 미만이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매출 3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종별로는 IT·SW 기업의 75%가 매출 30억 원 미만에 분포해,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매각 수요가 높은 특징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 기업의 40.7%가 매출이 성장하는 시점에서 매각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매각이 아니라,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시점에서 적정 가격에 엑시트(EXIT)를 시도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IT·SW 기업의 52.8%는 매출 성장기에 매각을 검토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제조·건설업(27.3%)과 서비스업(30%)은 매출 하락 시점에서 매각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는 이 경우 매출이 하락한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단순한 재무 성과 대신 기술력, 브랜드 가치, 시장 내 입지 등 비재무적 차별화 요소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가치 인정이 최우선”…협상 기준 뚜렷

 

 

매각 기업들의 희망 매각가는 대체로 자사 매출 구간과 유사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매출 규모가 클수록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실제 협상에서는 영업이익률, 손익 구조, 성장 잠재력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협상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는 ▲가격 및 기업가치 증대(44.9%)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빠른 거래 성사(25.4%) ▲사업적 시너지 효과(14.5%) ▲신뢰성과 보안(7.6%) ▲최적 시점 탐색(7.6%) 순이었다.

이는 “내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싶다”는 중소기업 경영진의 심리가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이와 동시에 거래 지연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욕구가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100% 지분 매각과 6개월 내 매각…속도전

매각 방식에 대한 선호도는 뚜렷했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100% 지분 매각을 희망했다. 단순 부분 매각이나 특정 사업부 매각보다는 경영권을 통째로 넘기고 완전히 손을 떼려는 의도가 강하다.

또한 54.2%가 6개월 내 매각 성사를 원한다고 답했으며, 1년 이상 장기 협상에 응하겠다는 응답은 소수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중소기업들은 자금 압박과 경영 리스크 때문에 빠른 거래를 선호한다”며, “경쟁 입찰을 병행해 가격 극대화와 보안 유지 사이에 균형을 찾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매각 의사가 강한 기업일수록 공개경쟁 입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신속성과 성사율을 높이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개별 협상만 고집하던 과거와 달리 매각 구조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각 준비 부족…전문가 의존도 높아질 것

 

문제는 대부분 기업들의 매각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93%가 전문가 상담 의향을 밝혔으나, 상당수는 기본적인 재무자료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상태였다. 더 나아가 16%는 소송, 주주 간 갈등, 정부 과제 등 내부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보고서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매각에 나서면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M&A 자문사의 실질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단순 매칭이나 중개를 넘어, 법무·재무 리스크 점검, 실사 대응, 협상 구조 설계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의 매각 성패는 얼마나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는지에 달려 있다”며 “자문사와의 협업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세대교체·지속성 확보 열쇠 ‘M&A’

 

보고서는 중소기업 매각 트렌드가 산업 구조적 전환을 상징한다고 결론지었다. 

IT와 F&B는 활발한 엑시트(EXIT)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제조업은 은퇴와 승계 부담을 해소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M&A를 선택하고 있다.

즉, 중소기업 M&A는 투자회수 전략을 넘어, 산업 전반의 세대교체와 지속 가능성 확보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빠른 매각’ 니즈는 커질 것이고, 또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M&A 시장의 성숙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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