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기업에 대한 주주제안이 S&P500에 속한 대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은 자산규모가 적은 기업으로의 주주제안이 더 많아 대조를 이뤘다.
최근 경제개혁연구소가 펴낸 ‘미국의 ESG 관여활동 주요 동향 및 국내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1500여개 상장기업을 상대로 제출된 주주제안 건수는 총 747건이었고, 이중 414건은 표결까지 이뤄졌다.
유형별로 보면 ESG 중에서 E·S 관련 주주제안은 421건, G(거버넌스) 관련은 260건, 이사 보수 관련은 66건이었다. 보고서는 “G나 보수는 물론이고, E·S 이슈에 관해서도 골고루 주주제안이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 “시가총액이 큰 주요 기업들이 대체로 주주제안의 대상이 되고, S&P500 기업 대상으로는 E·S 관련 주주제안이 G 관련 주주제안보다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인으로는 주주제안을 위한 지분요건이 절대적인 금액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주주제안을 하려면 ▲시가 2000달러 이상의 지분을 3년 이상 보유한 경우 ▲1만5000달러 이상 2만5000달러 미만의 지분을 2년 이상 보유한 경우 ▲2만5000달러 이상의 지분을 1년 이상 보유한 경우 등으로 요건이 정해져 있다.
표결 여부와 상관없이 제출된 주주제안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S&P500 내 276개 기업을 대상으로 595개 주주제안이 제출됐다. 이중에서도 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체 주주제안의 10%가 집중됐다. 가장 주주제안이 많이 제출된 기업은 아마존으로 16개에 달했다.
보고서는 또, 최근 미국에서 ‘Anti-ESG’로 불리는 ESG 관여활동에 반대하는 주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ESG관여활동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으나 그만큼 미국은 관여활동이 이미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풀이했다.
동시에 “일견 역설적으로도 보이나 Anti-ESG를 주장하는 주주도 주주제안을 경영진이나 다른 주주들과 소통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짚었다. 실제로 올해 제출된 주주제안 중에서 Anti-ESG로 분류될 수 있는 안건도 114건에 달했다.
권고적 주주제안 불가능한 한국, 요건도 더 엄격
미국의 주주제안은 원칙적으로 권고적 효력만을 갖고 있다. 또 관련 규정은 원칙적으로 주주제안 범위를 한정하거나 열거하지 않는다. 대신 네거티브 방식으로 주주제안의 상정을 배제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한다. 열거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은 전형적인 주총 결의사항에 한해서만 주주제안이 가능하고, 권고적 주주제안은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2025년 정기주총 시즌에 의안으로 ‘상정’된 주주제안은 42개 회사 대상 총 163건이고, 최종 표결에 이른 것은 128건으로 파악된다.
보고서는 “특히 E·S 주주제안은 전무한 형편이고, 이사회 구성, 정관 변경 등 G 관련 주주제안만이 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지분요건 문턱이 매우 높아 주주제안의 대상이 제한적이라고도 주장했다. 한국은 지분 0.5%를 6개월 이상 보유한 경우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주제안이 이뤄진 42개 회사 중 시가총액이 5000억원 미만인 회사가 30개에 달했고, 자산 2조원 이상은 4개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기관투자자가 ESG 관여활동 및 주주제안을 적극적으로 하고자 해도 국내에서는 지분요건, 주주제안의 범위 및 효력 문제로 인한 현실적 한계가 크다”며 “이는 관여활동에 적극적인 해외 기관투자자가 국내 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주제안의 지분요건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했다. 코스피200에 속하는 시가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을 상대로 주주제안을 하려면, 최소 100억원의 지분을 6개월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기관투자자가 아닌 한 주주제안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과 같이 주주제안 범위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으면서, 경영진의 재량을 존중하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ESG 이슈는 반드시 주주총회 승인이 있어야만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경영진과 이사회가 재량적 권한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보다 적절하고 효과적인 ESG 이슈 대응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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