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보호법 위반…산업기술·사용 의미는

시행착오·시간·비용 절감한 경우 산업기술 ‘사용’에 해당 

 

최근 수년간 국내 기업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이 심심찮게 발생해 이를 강하게 처벌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규율하는 ‘산업기술’ 및 ‘사용’의 의미를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신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입법 취지 및 보호 법익=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대상 기관(산업기술을 보유한 기업, 연구기관, 전문 기관, 대학 등)의 임직원 또는 대상 기관과의 계약에 따라 비밀유지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대상 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산업기술을 유출하거나 유출한 산업기술을 사용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보호하는 산업기술은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 생산, 보급 및 사용에 필요한 제반 방법 내지 기술상의 정보 중에서 행정기관의 장이 산업 경쟁력 제고나 유출 방지 등을 위하여 법률이나 해당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에 따라 지정, 고시, 공고, 인증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제2조 제1호 각 목에 해당하는 기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 산업기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266 판결 등 참조).

 

◇혐의 및 원심 판단의 요지=피고인 A는 ▲피해자 회사 재직 중 피해자 회사의 산업기술인 이 사건 자료를 USB에 저장하거나 출력하여 피해자 회사의 산업기술을 유출하였다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이 사건 자료 중 일부를 통해 피해자 회사 제품의 조성 정보를 확인하여 피해자 회사의 산업기술을 사용하였다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영업비밀인 이 사건 자료 사용으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등) 등이다. 또 피고인 B는 ▲피해자 회사 재직 중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인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다운로드 받는 등의 유출로 인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위 자료를 반출하였다는 업무상배임이다. 피고인 C는 그 사용인인 피고인 A가 피고인 C의 업무에 관하여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을 사용하였다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각각 기소되었다.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 A와 B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 특정 제조 기술에 관한 정보가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정보만 있다면 바로 대상 제품을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해당 정보로부터 직접 논리적으로 대상 제품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도출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A가 유출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 자료는 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여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 B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자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고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업무상배임죄 역시 성립하지 않으며, 피고인 C의 경우 그 사용인인 피고인 A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기에 피고인 C도 각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판단(‘산업기술’ 및 ‘사용’의 의미)=반면 대법원은, 산업기술보호법의 체계와 취지,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정보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산업발전법에 따라 고시된 첨단기술에 관한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 생산, 보급 또는 사용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상의 정보인지, 산업발전법에 따라 고시된 첨단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그 정보를 통해 대상 기관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가지는 등 산업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산업기술’의 범위에 관하여 판단했다. 

 

산업기술의 ‘사용’은 산업기술을 그 본래의 사용 목적에 따라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 생산, 보급 및 연구에 활용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한 행위를 가리키고 단지 타인의 산업기술을 단순 모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뿐 아니라 이를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등과 같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 역시 산업기술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자료가 피해자 회사 제품의 개발, 생산 등을 위한 구체적인 기술상 정보로서 산업발전법에 따라 고시된 첨단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피해자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획득한 것으로 피해자 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 입수할 수 없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가지는 등으로 산업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산업기술보호법상 ‘산업기술’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 A의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으나 위 기준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이를 ‘사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워 나머지 부분에 대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대법원은 본 사건에서 첨단기술과의 관련성, 가치 창출 가능성 등을 ‘산업기술’ 해당 여부의 판단 기준으로 설시하고, 해당 산업기술을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경우를 산업기술 ‘사용’에 해당한다고 설시함으로써, 향후 개별 사안에 따른 재판부의 판단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보장하는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법무법인 청향 윤희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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