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서비스업, 디지털 전환 맞춤 전략 필요

“제조업은 적정기술 개발, 서비스업은 규제 개선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이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의 혁신 전략과 투자 방향, 그리고 정책 수요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에 따른 기업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경우 적정기술 개발과 우수사례 확산을, 서비스업은 선제적 규제 개선 등 산업별 맞춤형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이준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디지털 전환 기술의 활용이 기업 혁신 활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술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혁신 활동을 촉진하고, 산업별로 서로 다른 방식의 혁신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이 ‘한국기업혁신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AI·빅데이터·클라우드·IoT·로봇공학·5G 등 여섯 가지 디지털 전환 기술을 도입한 기업들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디지털 전환 기술을 활용한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와 혁신 활동 전반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긍정적인 혁신 효과가 확인됐지만, 그 양상은 산업별로 뚜렷하게 달랐다.

 

제조업상품 혁신서비스업프로세스 혁신

 

제조업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주로 상품(제품)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기존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거나 고객 맞춤형 신제품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었고,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생산과 설계 과정을 고도화하면서 품질 경쟁력이 강화됐다.

 

예컨대 AI 기반 공정 예측 시스템, 클라우드 협업 도구, 로봇 자동화 등이 도입되면서 제품 생산의 효율성과 정밀도가 동시에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연구위원은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생산 라인의 자동화를 넘어, 제품 자체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고객 맞춤형 고품질 제품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화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AI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고객 분석, 자동화된 업무 프로세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등은 서비스 품질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서비스업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신규 고객 확보와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주력하고 있었으며, 이와 관련된 특허 출원도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비스업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 융합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혁신 저해요인도 달라…산업별 맞춤형 정책을

 

디지털 전환은 규제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제조업은 디지털 기술 도입 이후 기존의 경제·사회적 규제 영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대신 전문 인력 부족, 시장 불확실성, 정보 격차 같은 내부 역량 문제가 혁신의 새로운 장애요인으로 떠올랐다.

 

반면 서비스업은 오히려 새로운 규제 장벽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나 근로기준 등 사회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혁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성공 요인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기술 도입 이전에는 추진 방법이나 리더의 추진력, 전문인력 확보 등이 중요한 요소로 꼽혔지만, 기술 도입 후에는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이 급격히 상승했다.

 

또한 조직 내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 역시 커졌다. 디지털 전환이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와 인식의 변화가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는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디지털 전환 도입 전·후로 기업들이 요구하는 정책 방향도 바뀌었다. 제조업은 기술 도입 전에는 가이드북 제공, 전문인력 양성, 자금 지원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도입 후에는 ‘우수사례 발굴·확산’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기술 도입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모범 사례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플랫폼과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서비스업은 ‘규제 개선’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플랫폼 산업, 핀테크, 의료·교육 등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규제가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서비스산업 전용의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준영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책 방향으로, 제조업에는 ▲디지털 전환 수요-공급 매칭 강화 ▲중소기업을 위한 ‘적정기술’ 개발 ▲제조 공공데이터 플랫폼 고도화를 제안했다. 

 

또 서비스업에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 등 규제 개선 ▲공공서비스 분야의 민간 진입 확대 ▲서비스업 전용 디지털 전환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제조업은 기술 활용의 깊이를, 서비스업은 제도 개선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정부는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디지털 전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의 성패는 기술보다 사람과 전략, 그리고 제도의 조화에 달려 있다”며 “남은 과제는 산업별로 다른 이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얼마나 세밀하게 정책으로 지원하느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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