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특례제도 활용해 산업재해를 예방해야”

안전투자에 감면 확대하고, 중대재해 발생시 감면 박탈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중심의 현행 대응체계를 벗어나, 조세특례제도를 활용한 경제적 유인·제재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를 후순위로 두는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조세정책이 안전투자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신언 동국대학교 겸임교수(세무사·미국변호사)는 20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소병훈·민병덕·박홍배·이용우 의원과 세금정의실천연대, 민변 복지재정위원회가 공동으로 연 세미나 ‘조세특례제도를 활용한 산업재해 감소 방안’에서 “산재는 물적 설비 부족보다 인력 관리·숙련도·교육 등 인적 요소 문제에서 발생한다”며, “기업이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조세체계를 통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사업장·건설·제조업에 집중=김 교수에 따르면, 2024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2098명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496명, 제조업 476명으로 이들 업종에서 절반에 달하며,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SPC 계열 공장의 끼임 사고처럼 설비 문제보다 안전관리자 부족과 1인 작업 관행 등 인적요소가 더 큰 문제”라며, 사고 원인의 구조적 성격을 지적했다.

 

또한 재해율 증가는 기업 경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재해율이 1% 오르면 매출이 2%, 영업이익은 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산재는 치료비·보상비뿐 아니라 생산 차질, 이미지 훼손 등 간접 비용이 훨씬 크다”며 “국가 또한 산재보험 지출 증가와 노동력 상실로 인한 세수 감소를 부담한다”고 말했다.

 

조세로 안전관리 신호전달 가능=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낮은 이유로 과도한 입증 부담을 꼽았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여부까지 검찰이 모두 입증해야 해 수사가 광범위하고 길어지며, 사건이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사건 처리는 평균적으로 5년 이상 소요된다.

 

그는 “사고 직후 제재가 작동하지 않아 예방 효과가 낮고, 중소기업의 헌법소원 제기와 법원의 위헌 제청 등 법 자체의 안정성도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대응을 전적으로 처벌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조세정책이 산업안전 정책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신호 전달”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에는 즉시 세액감면 배제가 가능해 신속한 제재가 가능하고, 영업정지·면허취소처럼 제3자 피해가 크지 않아 시장 왜곡도 적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감면을 제한하는 방식이어서 과잉금지원칙 위헌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는 “기업이 안전에 투자하면 감면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감면이 박탈되는 구조라면 경영진은 스스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시설 공제는 사실상 사문화=김 교수는 이와함께 “안전시설 공제가 법령 최하단의 별표에 묻혀 있어 기업과 세무대리인이 찾아 적용하기 어렵다”며, 현 제도의 실효성 부족도 지적했다.

 

특히 안전사고의 핵심 원인인 인력·근로형태·교육 중심의 안전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했다. 그는 “야간근로 1인을 2인 작업으로 전환하거나 제조업 교대를 2교대에서 3교대로 바꾸는 등 인건비가 증가하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조세제도는 없다”며, “안전관리자 채용, 안전교육비 지출에 대해서도 세액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가 대기업 1%,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로 책정되어 있는 점을 두고 “국가전략산업 투자공제처럼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동일한 공제율을 적용하는 업종도 있는 만큼, 안전 분야에서도 대기업 공제율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대재해 발생시 조세특례 박탈을=가장 강력한 제안으로는 중대재해 발생 연도 조세특례 제한·박탈 제도 도입이 제시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연도의 특별세액감면, 고용증대세액공제 등을 제한해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하청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원청의 책임이 사라지는 구조는 문제”라며 “하청 사고 시에도 원청의 감면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비나 인력투자를 직전 3년 평균 대비 일정 비율 이상 늘린 기업에는 감면 박탈을 일부 완화하는 예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조세특례는 투자·고용 촉진 등 경제성장 정책에만 집중돼 왔다”며 “이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세특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투자에 대한 감면 확대와 중대재해 발생 시 감면 박탈이라는 두 축의 균형 있는 재설계가 산업재해 감소에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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