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넘어 정책정합성이 산업성패 좌우할 것”

AI, 바이오, 반도체, 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서 내년 ‘지각변동’ 

 

2026년 한국 경제는 산업 전반에서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 ‘산업 격변의 시대, 정부의 전략산업 정책으로 보는 2026년 산업 지도’를 통해 AI 내재화, 지정학적 공급망 단절, 글로벌 규제 경쟁이 한국 산업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은 ‘정부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경쟁력이 기술을 넘어 정책과 얼마나 정합성을 이루는지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AI는 인프라가 됐다전력·통신·데이터센터 전면 부상

보고서는 2026년을 기점으로 AI가 단순 기술을 넘어 국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봤다. 2026년 1월 시행 예정인 ‘AI 기본법’은 최소 규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고영향 AI 기준, 생성형 AI 표시 의무, AI 집적단지 조성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법 시행과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망, 통신망 등 인프라 투자가 AI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다. 글로벌 데이터 트래픽은 과거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도 국가 전력계획에 부담을 줄 만큼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전력망·송전선 확충에 5~7년이 소요돼, AI 투자가 전력 공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력 병목’이 구조적 리스크가 될 것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통신장비 분야도 AI 시대의 전략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BEAD 정책, 한국의 6G 로드맵 추진으로 광통신 부품과 AI 서버용 네트워크 장비 산업은 향후 5~10년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최악 피했지만“BEV 둔화, HEV·PHEV 재부상

자동차 산업은 2025년 미국의 고율 관세 우려가 완화되며 최악을 피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 급부상이라는 구조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미국 관세가 15%로 책정되면서 한국·일본·EU 모두 동일 조건을 확보했으나, 기존 FTA 무관세 대비 부담이 남아 가격 경쟁력 회복이 과제로 남았다.

2026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9272만대로 1.9%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규제 완화로 BEV(Battery Electric Vehicle) 수요가 줄고, HEV·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Hybrid Electric Vehicle) 중심의 친환경차 재편이 진행 중이다. 중국 OEM은 BYD가 2025년 GM을 제치며 글로벌 6위로 올라서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반면, 전통 OEM은 팬데믹 이후 생산 회복이 지연되고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완성차 기업에는 BEV 중심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HEV·PHEV·내연기관 비중을 병행해 수익성을 유지하는 한편, 현지 생산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바이오, GLP-1 태풍경구형 출시로 시장 경쟁 본격화

2026년 글로벌 제약시장은 GLP-1(Glucagon-Like Peptide-1) 기반 비만·대사질환 치료제가 성장세를 주도할 전망이다. Eli Lilly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2025년 글로벌 매출 1위를 차지했으며, 2030년에는 GLP-1 계열이 전 세계 처방약 매출의 약 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에는 경구형 GLP-1 치료제가 등장해 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르포글리프론 등 소분자 기반 후보물질은 기존 주사제 중심구조를 흔들 수 있으며, GLP-1·GIP·글루카곤 등을 결합한 다중작용제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제약업계는 특허만료 공백에 직면하며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결합체), 이중항체, RNA(Ribonucleic Acid, 리보핵산), 차세대 GLP-1 등 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산업 변화를 고려해 임상 3상 특화 펀드, AI 기반 신약개발, 규제 혁신 등을 추진하며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K-푸드·뷰티·콘텐츠 글로벌 주류로ODM·인디 브랜드↑

K-푸드는 글로벌 수요 증가와 함께 현지 생산기지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단순 라면·음료 중심에서 기능성식품·프리미엄 카테고리로 확장되고 있다. 

K푸드는 올해 3분기 누적 수출이 8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9% 성장했다. 정부는 ‘4차 식품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K푸드 150억 달러 달성을 위한 준비하고 있다. 주요 식품기업들이 해외 수출 육성전략과 정부정책에 힘입어 K푸드 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화 가속을 위한 제품, 채널, IP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뷰티는 ODM·인디 브랜드 경쟁력이 부각돼 선진국 시장에서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콘텐츠 분야는 음악·웹툰 중심의 IP 확장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K뷰티 산업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국가 핵심동력으로 지속 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인디브랜드의 경우 국내외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레거시 브랜드의 경우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인디 브랜드에 전략적 투자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방산·조선지정학 리스크로 호황…새로운 성장 축 부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불안 등 지정학적 요인이 방산과 조선 업계를 전례 없는 호황기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국

내 방산 수출은 2022년에 사상최대를 기록한 후 2년 연속 감소했으나, 유럽, 중동지역에서 2024년 체결된 수출계약이행 및 신규 수주로 2025년도에 수출이 반등했다. 내년 방산수출은 약 15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신정부 출범 후 K방산 지원 및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으며, 국방예산 증액, 금융·세제지원, 관련 펀드 확대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방산은 장기 군 현대화 수요와 현지 조달체계 확대가 새로운 성장 축이 되고 있으며, 조선업은 교체사이클 본격화, LNG선 발주 확대, 고부가 선종 중심의 한국 경쟁력 강화로 2026년에도 고성장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현지화·첨단화를 통한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 기회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팹리스 지원을…RE100·저탄소 인프라 구축 필요

AI 학습·추론 수요 확대로 HBM 중심의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열리고 있으며, NAND는 AI 서버 확산으로 수요 반등이 예상된다. 반면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독주가 이어져 비메모리 분야의 지역 편중이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범융 GPU는 대량 구매하고 특화 AI칩은 자체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전 공정과 팹리스 전반의 정책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에너지 산업은 송전망 확충과 분산형 전력체계 전환이 절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원전 재가동·신재생 확대와 함께 해상풍력 산업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ESS·마이크로그리드 기반의 분산형 전력 시스템 구축을 AI 산업정책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RE100 및 저탄소 전략 인프라를 조기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2026년 기업 경영은 기술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며 “정책의 방향과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정확히 읽고, 이에 맞춘 전략적 민첩성이 기업 생존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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