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질서 재편과 국내 정치·사회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둘러싼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2026년 기업현장에서 주목해야 할 10대 이슈로 수출구조 다변화, 디지털 기술 도입 격차,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전환, AI 활용과 고용구조 변화 등이 제시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29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6년 중소기업·소상공인 10대 이슈 및 대응 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내년 이후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직면할 핵심과제를 점검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선용욱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6년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둘러싼 제도와 정책 환경 자체가 본격적으로 변화하는 시점”이라며, “단기적인 경기 대응이 아닌 구조적 관점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선 연구위원은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6년 중소기업·소상공인 10대 이슈’를 소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월 17일부터 28일까지 소상공인 1000개사, 스타트업 202개사, 중소기업 210개사, 분야별 전문가 4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현장 수용성과 정책 시급성을 기준으로 이슈를 도출했다.
2026년 중소기업·소상공인 10대 이슈는 ‘기업경영’ 분야에서 ▲중소기업 수출구조 다변화 ▲연기금의 벤처투자 제도화 논의 ▲소상공인의 글로벌 매출기반 확보 ▲소상공인 사업구조 개선, ‘기술·환경’ 분야에서 ▲기업 간 디지털 기술 도입 격차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전환, 그리고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단계적 법정 정년연장 ▲AI 활용과 고용구조 변화 ▲온라인플랫폼 생태계 공정화 등이다.
◇중소기업 수출 ‘탈중국·미국행’ 가속화=기업경영 분야에서는 중소기업 수출구조 다변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2025년 3분기 기준 대미 수출액은 2022년 말 대비 22.8% 증가한 반면, 대중 수출은 7.0% 감소했다. 미국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쌍순환’ 전략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우리 중소기업의 입지도 변화하고 있다.
선 부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자국우선주의 강화로 글로벌 교역환경의 불확실성이 상시화되고 있다”며 “특정 국가나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 수출구조는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참여 비중이 높은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는 대미·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아 관세 인상이나 통상규제 강화 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주력 시장 외에도 글로벌 사우스 등 신흥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온라인 수출과 디지털 무역을 활용한 수출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기금 벤처투자, ‘모험자본’ 단비 될까=연기금의 벤처투자 제도화 논의도 기업경영 분야의 주요 이슈로 제시됐다. 연기금의 벤처투자 의무화를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벤처투자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개정안은 법정기금 여유자금의 일정 비율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 부연구위원은 “국내 모험자본 시장은 규모와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연기금과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참여 확대는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자금 선순환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금 운용의 안전성과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의무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기금별 특성을 반영한 단계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컬처 타고 세계로…소상공인 매출 활로=국내 소비 위축으로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한류 열풍이 새로운 기회로 떠올랐다.
2025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와 소비액이 전년 대비 각각 15% 이상 증가하며, 소상공인 영업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 부연구위원은 고환율과 세계적 관심을 활용해 소상공인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선제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상 최대 폐업 공제금…사업 구조개선 절실=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한 소상공인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2025년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창업 후 3년 이내에 폐업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전년도 한계기업이 정상 기업으로 회복되는 비중도 12.8%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역 단위의 조기경보체계 구축과 체계적인 사업 구조개선 지원이 시급해졌다
선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 부담과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시적 금융 지원을 넘어 사업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전환, 안 하면 도태…격차는 여전=기업 규모에 따른 디지털 기술 활용 격차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부각됐다. 2023년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기술 활용 비중은 26.9%인 반면, 10인 미만 기업은 14.1%에 그쳤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일수록 매출 증가와 이익 개선 등 성장 성과가 높게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
선 부연구위원은 “AI, 데이터, 자동화 기술 도입 여부에 따라 생산성과 비용 구조의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이 늦은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탄소중립 파고…중소기업 생산원가 압박=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하면서 산업계의 녹색전환 요구가 거세졌다. 환경 설비 투자와 저탄소 자재 사용 압박은 중소기업의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기후테크 연관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어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글로벌 기후테크 기업 가치는 10년 만에 약 32배 성장하며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선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전환이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 새로운 시장과 산업 기회를 창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2026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국정기획위원회는 2027년까지 단계적 적용 방안을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주 52시간 제한과 가산수당 지급 등이 포함됐다.
소상공인업계는 인건비와 행정 부담 급증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스타트업 역시 인력 운영의 유연성 저하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법정 정년 65세 연장…중소기업 "비용 감당 불가"=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8.1%로 대기업(9.4%)보다 월등히 높아 정년 연장에 따른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41.4%가 인건비 부담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았으며, 청년 신규채용 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선 부연구위원은 “노동제도 변화는 인건비 부담뿐 아니라 인력 운용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한 차등 적용과 보완 장치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AI가 바꾼 일자리…‘워크플로우’ 중심 재편=AI 기술 도입이 일자리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WEF(세계경제포럼)는 2030년까지 AI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인력을 늘리는 방식(워크포스)보다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워크플로우)으로의 변화가 뚜렷하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에서는 취업자 감소가 예상되지만, 정보통신업 등은 증가할 전망이다.
선 부연구위원은 AI 활용 확산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 역시 중장기적인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한 과제로 꼽았다.
◇온라인플랫폼 의존도 40%…공정화 논의 가열=소매판매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서면서 온라인플랫폼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하지만 입점업체의 상당수가 수수료 과다 책정 등 불공정 행위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점 소상공인들은 단체교섭권 명문화와 정보 독점 해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원가 고려 및 고용관계 부재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선 부연구위원은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 간 정보 비대칭과 거래구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을 통해 소상공인의 협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 부연구위원은 “2026년은 불확실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조건으로 자리 잡는 시점”이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 역시 단기 처방이 아닌 중장기 전략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자구적 혁신과 정부의 정교한 정책 지원이 병행될 때 중소기업·소상공인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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