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선생님의 잡무를 AI가 가져가야 아이들과 눈을 맞출 시간이 생깁니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만난 에듀테크 솔루션 기업의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이 말은 오늘날 대한민국 공교육이 처한 현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동시에 제시한다.
그동안의 기술이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화려한 도구'에 집중했다면, 이번 박람회에서 만난 혁신 기업들은 교실의 '숨겨진 고통'에 주목했다. 중기이코노미가 기술로 교사 업무의 빈자리를 채우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아이디어로 교육 현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만나봤다.
텅 빈 교실, 기술로 ‘온기’를 채우다
2026년 대한민국 교실은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AI 튜터가 보급됐지만, 역설적으로 교사들은 과중한 행정 업무와 복잡해진 민원, 학생과의 관계 맺기에 더 큰 피로감을 호소한다.
클래시파이(classify)는 이런 교육의 본질을 가로막는 '장벽'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현직 교사가 직접 코딩을 독학해 만든 서비스인 클래시파이는 무너져가는 교실 현장을 지키려는 교사들의 사명감이 기술로 승화된 사례다.

정은효 대표는 “교과 지도가 교사의 주된 업무라 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교육이 가능해지려면 생활 지도가 탄탄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생활 지도는 오롯이 교사 개인의 역량에만 치중돼 있었다”며, “이런 부분을 시스템화하고 데이터화해서 생활지도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이 솔루션 안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먼저, 학생 지도를 위해 아이들의 성향을 16가지로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현장의 교사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예측 불가능한 학생의 돌발 행동'인데, 이 검사를 통해 교사는 학생들을 단순히 유형화하는 것을 넘어, 교사가 학생과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정 대표는 "학생이 책상을 내리치거나 반항할 때, 교사들도 감정적으로 대치하게 되지만, 이런 검사를 통해 해당 학생이 교사 신뢰도가 낮고 신경증이 높은 유형이라는 걸 데이터로 미리 알고 있으면, 그 행동을 개인적인 공격이 아닌 '특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교사의 감정 소진을 덜어냄으로써 더욱 체계적인 지도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문제 행동 뒤에 숨겨진 원인을 파악하고, 지도법을 고민함으로써 교실에서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데 초점을 뒀다"고 뿌듯해했다.
교우 관계의 사각지대도 데이터로 풀어냈다.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도 교사가 파악하기 어려운 영역이 '교우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검사는 서로를 '먼 거리'로 설정한 아이들을 시스템이 즉각 포착해 교사에게 보여주고, 더 나아가 '갈등 위험형'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이는 학기 초 자리 배치나 분반 시 '폭탄'이 될 수 있는 관계를 사전에 방지하는 결정적 도구가 된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장점을 살펴보는 ‘강점 검사’를 통해 교사가 학생 개개인이 가진 역량을 들여다보고, 체계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4년 9월에 개발해 선보인 클래시파이 서비스는 현재 입소문만으로 1만8000명의 교사가 사용하고 있고, 성격 유형 검사는 24만건, 마음 거리 검사는 13만건을 돌파했다.
정 대표는 “현직 선생님들의 경험과 그들의 이론적 배경에 근거해서 이 서비스를 발전시켜 왔지만, 앞으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좀 더 서비스를 확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최근 교육 현장의 큰 이슈 중 하나는 교권 침해다. 티링크앤주인닷컴은 최근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교권 보호’와 ‘악성 민원 대응’에 대해 기술적 방어막을 제시했다.
이 회사의 정도환 대표는 “최근 학교 현장에는 ‘모든 통화를 녹음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녹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리'와 '증빙'”이라며, “수백통의 녹음 파일을 일일이 들어보며 민원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교사에게 또 다른 행정 폭력이자 감정 노동이 될 수 있다. 이에 학교로 쏟아지는 수많은 민원 전화를 단순히 녹음하는 것을 넘어, AI가 즉시 '한 줄 요약'과 '조치 사항'을 정리해 텍스트로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채팅형 인터페이스로 돼 있어 특정 시점의 대화를 찾기 위해 '앞으로 가기', '뒤로 가기'를 반복하던 번거로움을 완전히 없앴고, 더블 클릭 한 번이면 주요 내용, 통화 목적, 조치 사항, 결론으로 구성된 체계적인 요약본을 볼 수 있다. 또한, 키워드 분석을 통해 학교의 민원 트렌드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정 대표는 “개별 통화 관리를 넘어 학교 전체의 '민원 기상도'를 그려낸다”며, “시스템에 쌓인 데이터는 대시보드 형태의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해 '방과 후 수업', '학폭', '급식' 등 어떤 키워드의 민원이 집중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성'도 차별점이다. 기존 통신사 클라우드 녹취 서비스는 학교가 인터넷 회선 업체를 바꿀 경우 기존 녹취 데이터가 삭제되거나 이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티링크앤주인닷컴은 학교 내에 자체 서버를 구축하는 방식이어서 통신사를 바꿔도 데이터는 학교의 자산으로 안전하게 보존된다. 또한, 교사 개별 PC에 복잡한 장치를 달 필요 없이 아이디와 패스워드만으로 접속하는 방식이므로 보안성과 관리 편의성까지 잡았다.
공교육의 판도를 바꾸다…잡무는 AI가, 교육은 교사가
편리성과 신뢰성으로 무장한 AI 생기부 관리 솔루션에도 많은 관람객이 관심을 보였다. 베어러블(BEARABLE)의 학생용 플랫폼인 '마이폴리오'는 학생들이 비싼 컨설팅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진로와 전공에 맞는 탐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이 희망하는 전공과 관련된 심도 있는 탐구 주제와 도서 정보를 AI가 제안해 주고, 추천받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기록을 쌓아가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서비스에서 발전한 솔루션이 교사를 위한 '스쿨폴리오'다. 마이폴리오에 대한 현장의 관심이 뜨겁자 교사들도 가입을 해서 학교에서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회사에 쇄도했고, 이에 작년에 스쿨폴리오를 선뵀다고 한다.
작년 하반기 실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현장에 도입한 스쿨폴리오는 교사의 행정 업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행평가와 생기부 작성을 혁신적으로 단축해 교사가 학습의 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목적을 뒀다.
이 회사의 정수현 대표는 "현장에서 써본 선생님들의 만족도가 크다”며, “엑셀의 모든 단축키를 그대로 구현해 기존의 작업 환경을 100% 이식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익숙한 엑셀 시트에서 명단을 복사해 붙여넣기만 하면 AI가 과정 중심 평가를 바탕으로 생기부 초안을 생성해 준다”며, “실제로 이 솔루션을 도입한 학교에서는 생기부 기재 업무 시간을 최대 85%까지 줄이는 성과가 있었다는 평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일반적인 챗GPT와 베어러블 AI의 결정적인 차이는 신뢰도에 있다고 했다. 생기부에는 수상 내역이나 금칙어, 특정 플랫폼 명칭을 그대로 쓸 수 없는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는데, 베어러블의 솔루션은 이런 교육부의 최신 방침을 완벽히 학습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문장에 '유튜브'가 포함되면 자동으로 '온라인 영상 플랫폼'으로 치환하고, 기재 불가능한 수상 내역은 자동으로 걸러서 작성한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5 에듀플러스 어워즈 금상을 수상하며 교사 100인 평가단의 검증을 마쳤고, 중기부 팁스(TIPS)에도 선정되며 기술적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최근에는 도쿄에서 열린 SusHi Tech Tokyo 2025에서 어워드를 수상하며 일본을 필두로 한 글로벌 진출의 신호탄도 쏘아 올렸다.
그는 "단순히 생성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믿을 만한 퀄리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기술적 자부심"이라며, “서울시 강남구와 양천구 지역의 주요 학교들을 중심으로 도입했고, 최근에는 부산과 경기권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기부 기재 시즌만 되면 마치 거대한 ‘대량 생산’ 현장으로 변하는 교무실을 기술로 변화시킨 기업도 있다.
플랙티컬 관계자는 “수십명의 학생이 참여한 공통 활동부터 개별 수행평가까지, 수천자의 문장을 중복 없이 창의적으로 써 내려가는 일은 교사들에게 엄청난 압박”이라며, “하나의 수업 자료를 기반으로 AI가 30명 분량의 서로 다른 버전의 문장을 생성해 준다”고 서비스를 소개했다.
단, 학생의 역량이 드러나야 하는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서는 철저히 개별 데이터를 활용한다. 파일 인식 기술을 통해 교사가 학교의 '평가 계획서'와 학생이 제출한 '수행평가 과제물'을 업로드하기만 하면, AI가 평가 계획서 내의 성취 기준과 평가 요소를 정확히 추출해 학생의 과제물 내용과 매칭시킨다.
플랙티컬의 '생기부 검사기' 역시 현장에서 많이 찾는 서비스 중 하나다. 플랙티컬의 검사기는 파일 업로드 한번으로 지역명·대학교명 등 기재 금지어, 맞춤법 및 띄어쓰기, 중복 표현 등을 실시간으로 잡아낸다.
특히, 학교장터에 입점해 있어 '학교 예산'으로 최신 AI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환영을 받고 있다. 개별 교사가 유료인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프로 버전을 결제해 쓰기에는 행정적, 비용적 부담이 크다는 페인 포인트를 정확히 짚은 것이다. 이미 4000명 이상의 교사가 플랙티컬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중 1000명 이상이 유료 프로 버전을 통해 최신 AI 모델을 학급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LLM(대형언어모델) 기반의 서술형·논술형 자동 채점 솔루션에도 많은 관람객이 관심을 보였다.
소프트제국 관계자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이 넘쳐나는 때일수록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쓰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교육 현장에서 서술형·논술형 평가는 교사의 엄청난 채점 부담과 공정성 시비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는데, 우리는 이런 고차원적인 문제를 LLM과 블록체인이라는 두 가지 첨단 기술의 결합으로 해결했다”고 자신했다.
최신 대형언어모델을 활용해 학생이 작성한 글의 맥락, 논리적 흐름, 어휘의 적절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주는데, 이는 기존의 단답형 채점기를 넘어선 고도의 분석 기술이다. 채점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블록체인이 책임진다. 평가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채점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공교육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적 관련 이의 제기나 공정성 논란을 기술적으로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정식 출시 예정인 이 서비스는 교육청 단위의 B2B 배포를 추진해 교사가 단순 채점에서 벗어나 학생 개별 피드백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동시에 B2C 개념으로 개인 학습자에게도 배포해 학생들이 스스로 논술 문제를 풀고 AI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