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제3차 상법 개정안'과 세제 개편안이 기업 경영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편법적 지배력 강화 도구로 활용되던 자사주(자기주식)가 앞으로는 즉시 소각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가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자사주를 '자산'이 아닌 '자본'으로 명확히 규정하며, 기업들에게 "자사주를 쌓아두지 말고 없애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1년 내 소각' 의무화… 어기면 과태료 폭탄
지난해 11월 발의된 제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도 법 시행 후 유예기간(6개월) 내에 처분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이는 자사주가 가진 '자산적 성격'을 제거하고 '미발행주식'이라는 자본적 성격만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대주주들은 회삿돈으로 산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하거나 인적 분할 시 신주를 배정받는 방식(자사주 마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해왔으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관행은 원천 봉쇄된다.
세제 혜택도 대폭 축소된다. 정부는 자사주 거래를 '자산 거래'가 아닌 '자본 거래(배당)'로 간주하는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장외에서 자사주를 거래할 때 기존의 양도소득세(통상 27.5%) 대신 배당소득세가 적용돼, 최고 49.5%의 세율(종합소득세율 적용 시)을 적용받게 된다. 사실상 징벌적 과세를 통해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셈이다.
"소각할 거면 지금이 기회"… 수혜주 7종목은?
교보증권 정상휘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이러한 법제화 흐름 속에서도 재무적 충격 없이 주주환원을 지속할 수 있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교보증권은 ▲2024년 1분기 이후 선제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했거나 ▲자사주 소각 시에도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수혜가 가능한 종목을 선별했다.
스크리닝 결과, '자사주 소각 세제 개편 모멘텀'을 보유한 7개 종목은 고려아연, 포스코인터내셔널, SNT홀딩스, 쿠쿠홀딩스, KT&G, 삼성카드, NH투자증권이다.

이들 기업은 자사주 소각으로 자본이 감소하더라도 부채비율이 동일 업종 평균 대비 안정권(1시그마 이내)에 있으며, 최대주주 우호 지분율이 50%를 상회하거나 경영권 방어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신호탄 될까
이번 상법 및 세법 개정안은 한국 증시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자사주를 대주주의 사유물처럼 여기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일반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급격한 제도 변화는 기업의 재무 전략에 혼선을 줄 수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규제를 피하는 차원을 넘어, 잉여 현금을 설비 투자나 실질적인 주주환원으로 연결하는 근본적인 '밸류업'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중기이코노미기업지원단 최병욱 대표는 "기업의 재무 담당자(CFO)가 우선적으로, 법 시행 전 유예 기간을 활용해 단계적인 자사주 소각 계획을 세우고, 두번째로 자사주 소각 시 부채비율 상승 등 재무 지표 악화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배당 정책을 재설계할 때 자사주 매입보다 현금 배당이 유리해질 수 있는 세제 환경 변화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