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해외투자↑…“외화 조달구조 재설계 필요”

환전 수요가 수급 불균형과 환율 변동성 키워…조달방식 다변화를

 

국내 연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외화 조달 방식에 대한 구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환전 수요가 외환 수급 불균형과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외화 조달방식을 다변화해 시장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남인순·오기형·김한규·김남금·조인철·안도근 의원이 3일 공동 주최한 ‘우리나라 해외투자 확대의 외환시장 영향과 외자조달 다변화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말 원/달러 환율은 1439.75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특이한 점은 미 달러화 지수가 같은 기간 하락했음에도 원화 환율만 상승하는 괴리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 요인보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확대 등 내부적인 외환 수급 불균형이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해외투자 확대, 외환시장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

특히 국민연금이 포함된 일반정부의 해외 증권투자는 우리나라 전체 해외 증권투자액의 약 29%를 차지하며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대체투자를 포함할 경우 60% 내외에 달하며, 향후 해외 주식과 채권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중장기 자산 운용전략 측면에서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했다. 저출산·고령화로 국내 성장률과 자본시장 수익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연기금의 장기 수익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외투자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 거래다. 연기금이 해외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원화를 외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외환 수요가 발생하고, 이 수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될 경우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 중 연기금의 외환 순매입 규모는 372억 달러(월 평균 33.8억 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의 36.5%에 달하며, 전체 외환수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연구위원은 “연기금의 해외투자는 개별 거래로 보면 분산돼 있지만, 전체 규모를 보면 외환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기금이 장기 투자자임에도 불구하고, 외화 조달방식은 단기 환전 거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 한계로 꼽았다. 이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연기금과 시장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인 시계에서 외환 수급체계를 재설계해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연구위원은 외화채권 직접 발행을 통한 외자 조달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이 현물환 시장을 거치지 않고 해외 현지에서 직접 외화 자금을 조달하면 국내 외환시장에 가해지는 원화 절하 압력을 직접적으로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행과의 통화스왑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대외 신인도의 척도인 외환보유액 감소를 초래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행 환헤지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도 요구했다. 현재의 환헤지는 단순히 자산 측면의 위험조정 수익률을 높이는 데만 치중해 있어, 실제 원화 부채를 지급해야 하는 연기금의 특성인 자산부채관리(ALM) 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정 환율 수준에서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선물환 매도는 오히려 해외 투기 세력에게 먹잇감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정점에 달하는 2040년경까지는 구조적인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기금이 소진되는 과정에서는 반대로 대규모 외환 매도가 발생해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시계에서 외환 수급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연기금 해외투자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외환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연기금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외화 조달 방식의 다변화와 체계적인 환위험 관리 전략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