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서 합병과 분할, 배당 정책을 둘러싼 주주들의 문제제기가 한층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의 실무 대응전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지난 9일 법무법인 디엘지가 개최한 ‘상법 개정과 주주총회 실무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이번 1차 상법 개정은 주주총회 전반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며 “주총을 앞둔 기업이라면 답변의 기술보다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이번 1차 개정의 핵심은 네 가지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신설 ▲전자주주총회 도입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칭 변경과 선임 요건 강화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3%룰의 변경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큰 조항은 단연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다.
조 변호사는 “기존 상법은 이사가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해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해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며 “정관에 이사 충실의무를 별도로 규정한 회사라면 정관 개정까지 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 혹은 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LG화학의 물적분할과 LG에너지솔루션 사례, 두산로보틱스 합병 논란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 거의 모든 합병과 분할에서 ‘대주주에게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조 변호사는 “주총에서의 답변은 그 자체보다 회사가 사전에 어떤 절차를 거쳤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외부 전문기관의 독립적 가치평가, 독립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 설치,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검토 기록 등이 있다면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배당·주가변동 책임론 대비=배당 정책 역시 주요 쟁점이다. 충분한 현금이 있음에도 배당이 미미한 경우, 주주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단기적 주주환원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어떻게 균형 있게 판단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이사회가 왜 현금 보유가 필요한지, 그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과 관련한 책임론도 주총 단골 질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M&A나 라이선스 거래 소문 이후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사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질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가는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특정 의사결정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인정되려면 충분한 정보 수집, 전문가 자문, 이사회 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음을 입증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계열회사 간 거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주주 지배력 강화로 비치거나 회사 수익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거래라면, 독립적인 감사위원회나 외부 전문가 검토를 거쳤는지가 중요한 방어 논리가 된다.

조 변호사는 특히 주주총회 의장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과거에는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는 추상적 답변으로도 주총을 넘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위험하다”며, “주총 발언은 향후 주주대표소송의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숫자와 사실에 기반한 정제된 답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예상 Q&A를 사전에 준비하고, 법무팀이나 법률대리인과 충분히 상의할 것을 주문했다.
◇독립이사, 감사위원 3%룰=제도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로 명칭이 바뀌었고, 자산 규모에 따라 선임 비율이 3분의1 이상,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 과반수 이상으로 강화됐다. 독립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설치도 의무화됐다. 그는 “학연·지연, 기존 거래 관계만으로도 독립성 훼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형식적 요건 충족을 넘어 실질적 독립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적용되는 3%룰도 강화됐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바뀌면서, 소수주주 연대의 영향력은 커졌다.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정족수 미달로 감사위원 선임이 부결될 가능성도 현실적인 리스크로 떠올랐다.
조 변호사는 “올해는 1차 개정 상법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해이고, 내년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2차 개정까지 더해진다”며 “주총 준비 난이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끝으로 “개정 상법의 본질은 주주총회 결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라며 “가결 이후에도 반대 주주의 이해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회사가 어떤 보완책을 마련했는지를 점검하는 것까지가 이사의 충실의무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