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소득설계 성패…기업의 법적 근거 ‘정관’

퇴직소득, 미처분이익잉여금의 합법적 소멸, 가지급금 정리

 

운영 단계에서의 보수 설계가 매년의 생존 전략이라면, 퇴직금과 자본 거래는 기업 경영의 결실을 수확하는 ‘출구 전략’이다. 많은 경영자가 법인에 쌓인 미처분이익잉여금을 보며 뿌듯해하지만, 이를 인출할 때 발생하는 49.5%의 소득세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이때 퇴직소득의 낮은 세율과 최근 대법원 판례로 안전성이 입증된 이익소각을 결합한다면,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법인 자금을 개인화할 수 있다.

임원 퇴직금 2배수 한도와 정관의 중요성

퇴직소득은 근로소득과 달리 종합과세되지 않고 분류과세되며,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 혜택이 커서 대표이사에게 가장 유리한 소득 항목이다. 그러나 임원의 퇴직금은 법정 한도가 엄격하다. 소득세법상 2020년 이후 발생한 퇴직소득에 대해서는 ‘퇴직 전 3년간 평균 급여 × 10% × 근속연수 × 2배수’까지만 퇴직소득으로 인정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의 차이다. 법정 한도인 2배수를 초과하여 지급하더라도, 정관에 그 이상의 배수(예: 3배)가 규정되어 있다면 법인 입장에서는 비용(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령하는 임원 개인은 2배수 초과분에 대해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위험한 상황은 정관 규정이 미비하거나 과거의 높은 배수(5~6배)가 그대로 방치된 경우다. 만약 정관에 5배로 규정되어 있는데 세법 한도인 2배만 지급한다면, 임원이 정당하게 받을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어 법인에 ‘채무면제이익’이 발생하고 법인세가 부과될 수 있다. 따라서 퇴직 전 정관을 반드시 2배수 내외로 정비하고, 지급 근거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의 합법적 소멸…이익소각(자사주 매입)

법인에 과도하게 쌓인 이익잉여금은 주식 가치를 상승시켜 추후 상속 및 증여 시 막대한 세금 부담을 초래한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 이익소각이다. 회사가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소각함으로써 잉여금을 줄이는 방식인데, 특히 배우자 증여를 결합한 이익소각이 절세의 기본으로 꼽힌다.

과세관청은 이를 조세 회피로 보아 과세해왔으나, 2024년 9월 대법원(2024두24659)은 상법상 절차를 준수하고 자금이 실제로 배우자에게 귀속되었다면 이를 적법한 거래로 인정했다. 이 판결로 인해 이익소각은 경영자들에게 강력한 절세 무기가 되었다. 다만, 2025년부터는 주식 증여 후 1년 이내에 양도 시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되므로, 증여 후 일정 기간(1년 이상)을 두고 소각하는 정교한 시간 설계가 필요하다.

가지급금 정리와 기업신용 관리

임원의 소득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가장 큰 폐단이 ‘가지급금’이다. 법인 돈을 대표가 임의로 가져다 쓰면서 발생한 이 계정은 매년 4.6%의 인정이자를 법인에 내야 하며, 이를 내지 않으면 대표의 상여로 처리되어 소득세가 올라간다. 또한 기업 신용평가 시 감점 요인이 되어 금융권 대출이나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가지급금을 정리하는 데에도 이익소각은 효과적이다. 대표이사가 보유한 주식을 법인에 팔고 그 대금으로 가지급금을 상계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는 근로소득세보다 세율이 낮고 4대 보험료도 부과되지 않아 매우 효율적이다. 특히 자본금이 큰 건설업 등의 경우 액면가액으로 소각을 설계하면 세부담을 더욱 낮출 수 있다.

소득 설계의 성패... 기업의 법 ‘정관’

임원 소득의 모든 전략은 결국 정관이라는 법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관에 명시되지 않은 급여 인상, 보너스, 퇴직금 지급은 세무조사 때 부당행위계산부인이라는 위험이 따른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이 정관에 임원 유족보상 규정을 잘못 기재하여 상속세와 소득세가 이중으로 부과되는 ‘2중 폭탄’을 맞고 있다. 이를 퇴직위로금이나 공로금 형태로 전환하여 설계하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정관은 한번 만들어두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법과 판례에 맞춰 매년 업데이트해야 하는 ‘살아있는 설계도’여야 한다.

소득 설계는 경영자의 권리이자 의무

2026년 고세율, 고부담의 시대를 앞두고 임원 소득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법인세율 1%p 인상의 나비효과는 기업의 재무 구조 전체를 흔들 수 있다. 대표이사는 단순히 ‘얼마를 받을까’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급여와 배당의 최적 비율을 찾고, 가족 지분 분산을 통해 소득의 귀속처를 넓히며, 퇴직금과 이익소각이라는 출구 전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진정한 경영자는 매출뿐만 아니라 세금과 사회보험료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경영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2026년의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꾸는 힘은 바로 지금 시작하는 정교한 소득 설계에서 나온다. 세무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관을 정비하고 자본 거래의 법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CEO들에게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오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