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경영현장에서 임원의 보수와 퇴직금을 둘러싼 분쟁이 종종 일어난다. 특히 회사의 지배주주와 혈연관계에 있거나 특수관계인인 대표이사가 별도의 적법한 절차 없이 자신의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가, 이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해임된 뒤 과거 수령한 보수의 적법성을 두고 소송전에 휘말리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정관의 위임을 근거로 자신을 포함한 이사들의 보수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상법 제388조의 강행규정성에 반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4605 판결).
이는 중소기업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대표이사 주도의 보수 결정 방식에 사법부가 엄격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 회사에서 벌어진 ‘처남 대표이사’의 연봉 인상
B회사(피고)의 최대주주는 발행주식의 68%를 보유한 회장이었고, 원고인 A씨는 회장 배우자의 남동생, 즉 회장의 처남이었다. A씨는 2015년 회사의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회사의 정관에는 이사의 보수에 대해 ‘별도의 임원급여지급규정에 따른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또한 해당 규정 제3조에는 ‘급여는 경영성과와 경영 기여도에 따라 대표이사가 정할 수 있으며, 지급 한도는 주주총회 결의에 의한다’고 되어 있었다. 이후 2020년 정관 개정을 통해 보수 한도를 연간 10억 원으로 설정했으나, 개별 이사의 보수를 대표이사가 정한다는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대표이사 A씨는 이러한 규정을 내새워 재직 중 자신의 급여를 두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취임 당시 월급은 833만 원이었지만, 2017년 4월부터는 월 2,000만 원으로, 2019년 1월부터는 월 2,500만 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가족 간의 우애는 경영권 분쟁 앞에서 별 힘을 쓰지 못했다. 2021년 매형인 회장과 대표이사 A씨 사이에 경영 방침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했다. 결국 회사는 이사회를 열어 A씨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데 이어 주주총회까지 거쳐 사내이사직에서도 그를 물러나게 했다.
해임된 A씨는 재직 기간 중 올린 급여를 기준으로 받지 못한 보수와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대법원은 A씨가 스스로 인상한 급여는 상법 제388조를 위반한 것이어서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상법 제388조, 왜 ‘강행규정’인가
이번 판결의 핵심은 상법 제388조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에 있다. 이 조항은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이를 단순한 권고나 안내가 아니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행규정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본 이유는 만약 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직접 정할 수 있다면 자기에게 유리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회사 자산이 사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거래의 폐해를 막아 회사, 주주, 그리고 회사 채권자의 이익을 함께 보호하려는 게 입법 취지다.
따라서 정관에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주주총회에서 보수의 금액, 지급 방법, 시기 등을 반드시 결의해야 한다.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거나, 관련 결의가 있었음을 증명할 수 없다면 이사는 회사에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
대표이사에게 넘어간 ‘보수 결정권’의 위법성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많은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매번 개별 이사의 보수를 정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보수 한도만을 정하고 구체적인 분배는 이사회에 위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방식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사회의 결의가 아닌 대표이사 단독에게 포괄적으로 보수 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위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정관과 임원보수지급규정이 대표이사에게 결정권을 준 것은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표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직접 정하면 과도하게 자신의 이익을 챙길 우려가 크다. 둘째, 상법 제393조 제2항에 따라 이사회는 대표이사의 업무 집행을 감독해야 하는데, 만약 대표이사가 이사들의 보수까지 정할 수 있다면 이사회의 감독 기능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은 A씨가 정관에 따라 자신의 급여를 월 2,000만 원과 2,500만 원으로 올린 것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상 전 급여인 월 833만 원을 기준으로 정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확정했다. 또 A씨가 임기 전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도, 회사와의 신뢰를 저버리고 보수를 임의로 올린 행동 자체가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당이득 반환과 형사 리스크
적법한 절차 없이 이사에게 지급한 보수는 법적으로 정당한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하며, 결국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대법원 2018다290436 판결에서도 주주총회 결의 없이 대주주의 승인만으로 지급된 ‘특별성과급’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인정한 바 있다.
회사의 재무 상태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책정하거나, 절차를 무시하고 이를 지급한다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반대파 주주나 감사가 가장 먼저 공격하는 지점이 바로 이 ‘보수의 적법성’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비 가이드
중소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정관 정비’와 ‘절차 준수’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의 정관을 점검하여 이사의 보수 및 퇴직금 지급에 관한 근거 규정이 상법 제388조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보수 한도를 정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임원 보수 지급 규정’을 별도로 만들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이 규정에는 보수의 산정 기준, 성과급의 범위, 퇴직금 지급 배수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경영진의 자의적인 판단을 차단해야 한다.
특히, 보수와 퇴직금의 소멸시효는 10년에 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은 경영권이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훗날 M&A로 주인이 바뀌거나 2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과거 10년 치의 보수가 환수 대상이 되어 회사의 존립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기업에서는 보수 규정이 가장 쉽게 지적받는 약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일수록 경영진과 주주의 관계가 밀접하여 절차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정관을 정비하고 주주총회 의사록을 빠짐없이 작성하는 등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기이코노미 오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