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성 갖추지 못하면 부당 vs 법 지킨 것뿐인데 쟁의행위로 평가 

 

일견 형용모순처럼 보이는 말이 있다. ‘준법투쟁’이 그렇다. 노조법상 쟁의행위(파업)는 겉보기에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 위법한 것으로 보이지만, 헌법상 근로3권 보장의 차원에서 그 민형사적 책임을 면책한다. 그런데 투쟁은 투쟁인데 법을 다 지켜가면서 하는 투쟁이라니? 준법투쟁이란 휴가권 등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거나 법규 내지 매뉴얼에 규정된 안전규칙 등을 철저히 준수해, 사용자의 업무를 저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투쟁형태를 말한다.

문제는 이 준법투쟁이 노조법상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만약 준법투쟁도 쟁의행위에 해당한다면, 판례가 요구하는 주체, 목적, 수단, 절차 등의 정당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만약 정당성 요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해 부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된다면, 민형사적 책임이 면책되지 않는다. 이 경우 근로자측은 업무방해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부담한다.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하여는, 그 주체가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노동조합이어야 하고,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 시기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교섭의 자리에서 그러한 요구를 거부하는 회답을 했을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의 찬성결정 및 노동쟁의 발생신고를 거쳐야 하고, 그 방법은 소극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정지하여 사용자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어야 하며 노사관계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사용자의 기업시설에 대한 소유권 기타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여서는 아니며, 여기서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 함은 그 쟁의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요구사항이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4.9.30. 94다4042).

특히, 쟁의행위의 시기적·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우리 노조법은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전에 조정이나 조합원 찬반투표 등의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되도록 쟁의행위에 이르지 않고 노사간 자치적 교섭으로 문제를 풀도록 돋우는 취지다.

 학계에서는 노조법 제2조 제6호의 해석에 따라 준법투쟁의 쟁의행위 해당성을 따진다. 즉, 노조법 제2조 제6호는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어떤 상태로 보는지에 따라 견해가 갈린다.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이란 사실상 관행화돼 운영하던 평상시의 그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정상설은, 준법투쟁이 이 상태를 깨는 것이므로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것이 되어 쟁의행위가 된다고 한다. 반면 법문상 정상적 운영이란 ‘적법한 운영’을 말하기 때문에, 준법투쟁은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률정상설이 대립한다. 

 그리고 이를 절충해 안전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방식으로 업무를 저해하는 안전투쟁의 경우에는 쟁의행위로 보지 않고, 근로기준법 등에서 부여하는 연차휴가권 등의 권리를 적법하게 (집단적으로) 행사하면서 업무를 저해하는 경우는 쟁의행위에 해당한다는 ▲절충설도 있다.

판례는 대부분 사실정상설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즉 준법투쟁도 쟁의행위에 해당하므로, 쟁의행위의 일반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부당한 쟁의행위가 되어 민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집단월차휴가 행사의 경우에서, 형식적으로는 월차휴가권을 행사하려는 것이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쟁의행위에 해당하고, 이에따라 이 집단월차휴가권 행사라는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전 노조원들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않음은 물론 노동쟁의의 신고 및 냉각기간의 경과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시기와 절차면에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례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다. 근로자측 입장에서는 파업을 할 의도가 아니라 정해진 법규만을 준수한 것에 불과한데, 이것이 사후적인 평가에 따라 쟁의행위가 되고 찬반투표 등 쟁의행위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상 업무방해죄의 죄책을 지거나 거액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담해야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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