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절세가 우선인가, 경영권 분쟁 막는게 먼저인가 판단을 

 

최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이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한진그룹 같은 대규모 기업집단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일인을 지정해야 하는데, 이는 사주 측이 낸 ‘동일인 변경신청서’를 기초로 한다. ‘동일인’이라는 용어가 좀 생소한데, 쉽게 말하면 그룹의 ‘총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을 미룬 바 있다. 한진 조양호 회장의 상속인들로부터 동일인 변경신청서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은 이를 보고, ‘남매 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보도를 내놓기에 바빴다. 아마 조양호 회장은 본인의 건강을 자신했기에, 상속절차를 미리 챙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중훈 회장에서 조양호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오던 2002년경에도 기업 상속을 놓고 형제간 갈등이 법정까지 가기도 했다. 특히 조중훈 회장이 사망 직전에 작성한 유언장을 놓고, 유언장의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 크게 다퉜다.

이런 갈등은 남의 일일까? 아니다. 내가 경영하는 회사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내 자식들은 나의 사후에 우애있는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줄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잘 나눠 주어도, 불만이 있는 자식들은 있다.

특히 대부분의 가업승계가 문제 되는 비상장 주식회사의 경우,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긴다. 거래가 없는 주식이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려워서 그렇다. 특히 ‘경영권’이라는 프리미엄은 돈으로 따지기 어렵다.

생전에 주식 분배를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치면 가장 좋은데,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서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 오너 경영시스템의 막강한 장점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오너의 능력이 떨어지면, 회사는 쉽게 무너진다.

기업사건을 다루다 보니,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2세가 경영권을 승계받아서 잘 나가던 회사를 몇 년 만에 무너뜨리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아버지 앞에서 고분고분하던 자식이 갑자기 돌변해서, 다른 형제자매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일은 자주 목격된다.

 

가업승계 포인트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그에 맞춰 세금 플랜

이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알고 있을 것이다. 완전한 해법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근접한 것은 가업승계 절차를 미리 확정짓는 것이다.

가업승계에서 무엇이 중요하냐고 물으면, 전문가마다 이견이 있을 것이다. 변호사로서 생각하는 가업승계 포인트는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의 세 가지다.

첫째, ‘누구에게’는 말 그대로, 경영권의 프리미엄을 누릴 자식을 정하는 일이다. 필자는 중소기업일수록 경영권은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너의 결단력이 중요한 때, 미적거리다가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회사에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경우가 많다.

둘째, ‘언제’는 경영권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차례대로 승계할 것인지, 사주 사후에 상속을 통해서 승계할 것인지를 정하는 작업이다. 너무 빨리 물려줘도 형제 사이에 혹은 주주 간에 문제가 발생하고, 너무 늦어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때를 찾아야 하는데, 많은 오너들이 자신의 건강을 믿고 혹은 자신의 생전에 자식간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다가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셋째, ‘어떻게’는 어떤 관점을 주된 것으로 가업승계를 진행하는가다. 필자는 당연히 법률가의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가 중요하게 보는 지점 중 하나는 ‘사후 분쟁 가능성’이다. 이런 관점은 회사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요즘에는 전문회사, 법률사무소, 보험회사, 세무법인, 회계법인에서도 각자의 관점에서 ‘가업승계 Plan’을 설계하고 이를 판매한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승계 절차를 진행하며, 굉장히 고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중요한 하나가 빠졌다고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세금’이다. 상속 분쟁이 결국 많이 물려받기 위한 싸움이라면, 세금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적지 않다. 상속과정에서 서로 싸우다가 세금폭탄을 맞는 일도 흔하디흔한 일이다.

가업승계를 통한 절세는 정권에 따라 정책에 따라 다르다. 일단 당시에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책이 바뀌고 나서 더 좋은 절세방법이 나오기도 한다. 그 절세의 차액에 따라, 회사에 따라서는 먼저 취했던 가업승계 방식을 취소하고, 가산세를 물면서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필자가 세금을 먼저 언급하지 않고 뒤로 빼놓은 이유가 이것이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세금을 절약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걸 지나치게 우선시하다, 경영권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세금을 고려하되, 더 중요한 것은 오너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먼저 오너가 원하는 것이 대대손손 이어나갈 기업인지, 아니면 자식에게 최대한 많은 자산을 물려주는 것이 목표인지를 결정하고, 세금은 그에 맞춰 설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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