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필드형 스마트공장 vs 그레이필드형 스마트공장

 

최근 의약품 제조분야에서 2개의 스마트공장 사례를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한 회사는 공장을 새로 구축한 경우이고, 다른 사례는 기존 공장에서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우다. 전자는 그린필드형 스마트공장이라 하고. 후자를 그레이필드형이라 부른다.

투자금액으로 본다면 그린필드형 스마트공장은 최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반면 그레이필드형은 수억원 수준에서 투자가 이뤄진다. 한국의 중소기업 현장에서 현재 진행되는 스마트공장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그레이필드형이다.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예는 거의 없다. 기존 공장과 현장을 스마트공장으로 바꾸는 형태다. 또 이 일을 위해 디지털화 기술, 스마트화 기술, 연결화 기술을 적절하게 찾아 응용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먹는 약과 주사약을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1965년에 설립된 비교적 오래된 기업입니다.”

충북 소재 휴온스(Huons) 주식회사는 제약회사이지만, 최근 ‘토탈 헬스 케어’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례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연구할 기회를 가졌다. 예상한 것처럼 이 회사의 제조공정은 상당한 수준의 자동화가 실현된 상태였다. 빠른 기업성장을 거둔 뒤에도 쉬지 않고, 최근 제품 품질향상에 도전했다. 의약품 제조기업이 공정관리·품질관리를 자동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데, 이 회사 스마트공장 활동의 핵심은 제대로 된 데이터 활용과 응용이었다. 

스마트공장 추진 이전의 데이터 관리방식은 수기에 의한 데이터 수집, 분산된 데이터 관리가 특징이었다. 이 회사의 공정은 하나의 폐쇄형 룸으로 연결됐다. 따라서 각 공정을 관리하는 일은 독립적일 수 있다. 입으로 먹는 경구약의 경우 원료투입 후 혼합하고 화학공정을 거쳐, 정제로 만들고 코팅하고 검사 후 포장 공정으로 진행되는데,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됐다. 그리고 공정마다 각각의 주요 관리사항과 측정항목이 있었다. 현장의 작업자는 각각의 룸에서 관리사항과 측정항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면서, 수기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한 후 데이터를 취합해 관리했다. 

스마트공장을 크게 보면 그린필드형과 그레이필드형으로 나눌 수 있다. 스마트공장 추진 전략과 기준은 결국 기업의 상황과 사정에 맞도록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스마트공장 프로젝트가 완료된 지금은 데이터 수집도 자동으로 하고 데이터는 중앙 서버로 통합된다. 그곳에 저장되어, 분석, 관리 그리고, 모니터링되는 데 쓰인다. 이 회사는 이런 일을 위해 스마트공장 프로제트를 추진했다. 그런데 스마트공장 추진을 위해 기존 설비를 고치거나 뜯어내지 않고 유지하면서 활동했다. 그레이필드형 스마트공장 상황을 효과적으로 수행한 사례이다.

물론 이런 일에 외부 전문 솔루션 기업이 참여했다. ‘임픽스’란 기업이 참여해 제약산업에 적합한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맞춤형으로 설치하고, 그 위에서 데이터 수집·연결·분석·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모니터링과 제어는 중앙시스템에서 하고 동시에 모바일 기기에서도 가능하다.  

이와 대비되는 그린필드형 사례는 동종업종 한미약품에서 볼 수 있다. 2018년 약 15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한미약품의 스마트공장은 전체 공정의 90%이상 자동화된 공장으로서 지하층을 포함 지상 8층의 건물이다. 

원료는 지상 7~6층에서부터 투입된다. 이어 5층에서 혼합공정이 이어지는데 습식·건식 과립 제조공정이다. 4층은 물류 공급층으로 무인운반차가 반제품을 공급한다. 3층은 타정·코팅·레이저를 이용한 인쇄, 이물검사 등이 이루어진다. 2층은 다시 물류 공급층이어서 무인운반차가 활동한다. 그리고 마침내 1층에서 완제품이 포장된다. 참고로 공정과 공정으로 반제품이 이동될 때는 RFID 기술을 응용한다. 일일이 사람이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란 뜻이다. 

이렇게 수직형 생산동선을 갖춘 한미약품 공장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핵심 기지는 지하1층에 있다. 종합통제실은 수많은 모니터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는 요원들이 지하 1층의 종합통제실과 방제센터에서 앉아서 공장 전체를 주시하고 지휘한다.

이 일을 위해 국내 대표 엔지니어링 기업인 삼성엔지니어링과 일본 기업이 참여했다. 그린필드형 공장답게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작업자의 숫자를 기존 200여명 수준에서 35명으로 줄였다. 단위 생산 사이클 시간도 대폭 축소됐다. 이런 성과가 원가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경쟁기업과의 최근 원가분석보고에서 한미약품의 매출원가율이 40%대로 떨어졌다. 경쟁사들이 60% 또는 70% 대의 매출원가율을 유지하는 것과 많은 격차를 보인다. 한미약품 스마트공장의 추진 목표가 ‘원가 절감’이란 것은 물을 필요도 없다.

스마트공장은 이처럼 동종업계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추진되는 것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르다. 크게 보면 그린필드형과 그레이필드형으로 나눌 수 있는 스마트공장. 그 추진전략과 기준은 결국 기업의 상황과 사정에 맞도록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