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수평적 업무의 정보흐름 다시 잇는 최종 귀결점 스마트공장

 

스마트공장을 비교적 잘 구축해 놓은 기업의 현장을 방문하면, 스마트공장 추진을 이끌었던 리더들의 공통점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자신의 현장업무를 꿰뚫는 수준’이다. 이 역량이 다른 기업의 리더에 비해 월등하고 다르다. 이들은 수평으로, 또 수직으로 연결된 업무흐름을 보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또 이런 능력이 스마트공장 추진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요건이다.
 

고객으로부터의 주문이 업무의 시작이라 한다면, 고객의 주문이후 이어지는 일련의 일 처리과정은 대개 ‘수평적’이다. 제품기획, 제품개발, 생산기술, 생산, 납품, 애프터서비스와 같은 절차들은 보통 수평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공장내부로 들어서면 업무가 수평적으로 세분화되면서, 동시에 단계마다 ‘수직적’ 공정들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수직적’이라 함은 현장에서 재료나 부품을 중심으로 지그, 센서, 설비, 라인, 시스템 등이 서로 일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정보흐름을 다시 잇는 스마트공장에도 사람은 있다

공정이 반영되고 공법이 영향을 미치는 작업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런 데이터를 많이 모아 놓은 것을 ‘빅데이터’라 칭한다. 이런 데이터 분석을 위해 사람보다 계산능력이 뛰어난 기계를 활용한다. 근사하게 ‘인공지능’이라 부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의 ‘인공지능 용광로’다. 인공지능을 가진 용광로임에도 분석하는 요령을 사람이 알려주고, 최종 판정 역시 사람이 한다. 인공지능은 보조이고, 사람이 중심이다. “스마트공장에도 사람은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현장에서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생산현장의 수직적인 업무가 일어나는 곳에서 활약한다. 통칭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들 모두가 회사 내에서 그 같은 업무만을 전담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수평적인 업무를 오가며 일하기도 한다. 경영자나 공장장, 제품개발 프로젝트 매니저가 주로 그런 식으로 일을 한다. 회사규모가 아주 작을 때, 경영자나 공장장이 회사 일이나 구석구석의 현장 등 모든 것을 다 알기 쉽다.

그러나 공장 규모가 커지면 그렇게 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분업을 하고 협업도 한다. 그럼에도 정보흐름은 종종 단절된다. 이런 정보흐름을 다시 잇고자 하는 노력의 최종 귀결점이 스마트공장이다. 스마트공장은 수직과 수평이 쪼개지는 것을 파고든다.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나 정보를 이어주고, 수평과 수직을 다시 통합한다.

데이터나 정보흐름은 보통 현장에서 설비 또는 사람을 통해 수집된다. 데이터는 수직적 활동을 통해 모아지기도 하지만 수평적 활동에서도 수집된다. 이때 데이터가 디지털로 처리되면 손쉽게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스마트공장에서는 설비와 사람을 통해 수집된 정보와 병행 또는 사전·사후적으로 취합된 수평적·수직적 정보를 통합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규모가 커 잘 보이지 않던 공장모습 전체를 언제 어디서든 더 잘 볼 수 있다.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을 시작한 추진자들이 스마트공장을 정의하면서, 가장 먼저 제시한 조건이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이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밑그림 부실하면 구축하는 시스템 또한 부실할 수밖에

그런데 이런 수준의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ICT 기술만 있다고 되지 않는다. 누군가 두 개의 흐름에 정통한 사람이 밑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그래야만 필요한 ICT 기술을 응용해 시스템도 만들고, 수직적 업무 흐름과 수평적 업무 흐름을 통합할 수 있다. 밑그림이 부실하면 구축하는 시스템 또한 부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공적인 스마트공장을 만들기 위해 ‘수평적’ 또는 ‘수직적’ 현장업무와 일을 잘 꿰뚫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경남에 있는 C기업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다. “여기에 왜 QR코드가 세 군데나 인쇄되었는지 아세요? 이 QR코드에는 어떤 정보가 담기는 줄 아세요?” 이 회사 사장은 생산현장에서 조립된 제품을 하나하나 들어 보이면서 현장을 방문한 이들에게 설명했다.

 이 회사는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사에 자동차 핵심부품 유닛을 납품한다. 이들이 조립하는 부품은 협력회사로부터 받아, 이 회사는 조립·검사하고 품질을 보증해 고객에게 납품한다. 그렇다보니 생산공정 대부분은 조립공정, 시험공정, 측정공정으로 구성됐다. 절반이 조립공정이고, 나머지 절반은 시험 및 측정공정이다. 조립공정 대부분은 자동화설비나 기계들이 작업한다. 자동화 수준이 거의 90% 이상이다. 이런 공정이 먼지 없는 청정 공실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공실을 출입할 때 에어 샤워가 필수다.

 이 회사의 사장은 거래 기업으로부터 이어지는 수평적인 업무는 물론 공장의 각 제조공정 단계의 거의 모든 것, 예를 들면 설비, 장치, 공정 등을 구석구석 꿰고 있다. 고객사로부터 주문을 받는 과정부터 제조, 납품, 그리고 납품 후 최종 고객의 서비스 요청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정통했다. C기업이 스마트공장 전략을 지렛대 삼아 거래를 만들기 어려운 자동차기업과 비즈니스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이유다. 참고로 이 회사의 QR코드는 레이저로 제품의 금속표면에 아주 작은 크기로 세 곳에 인쇄된다. 이 QR코드를 스캔하면 다양한 데이터와 정보가 보인다.

 예컨대 이 부품 유닛이 장착된 차량이 도로에서 주행하다가 고장이 생겼다고 가정하자. 유닛이 품질문제 원인으로 의심되면, 이 QR코드는 그 의심을 풀어 줄 기초정보를 즉각 제공한다. 해당 유닛에 관련된 부품이 언제, 어떤 회사에서 공급됐는지를 알려준다. 품질 검사결과는 어떠했는지, 누가 관리할 때 조립했는지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조립 단계별로 검사와 시험 결과도 볼 수 있다. 더 상세한 정보는 C사 데이터베이스에 15년이상 보관돼, 차량수명이 다할 때까지 확인 가능하다.

 

“스마트공장? 잘 보면 어렵지 않아요. 회사 내부에서 정보가 흐르는 흐름을 보세요.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게 되면 정보가 흘러가게 됩니다. 그 정보를 따라 업무흐름이 생깁니다. 대부분은 설계, 생산기술, 생산, 납품, 애프터서비스 등과 같은 수평적인 흐름이 형성되지만, 생산분야에서는 정보흐름이 수직적으로 흘러가거나 오르내리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스마트공장 초기단계 활동은 주로 수평적인 활동흐름이 단절된 곳을 연결하고, 더 고도화된 활동은 수직 활동의 데이터를 수집해 더 정교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활동인 셈입니다.”

 필자가 스마트공장 강의에서 자주 하는 얘기다. 그리고 덧붙인다.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을 시작한 추진자들이 스마트공장 정의를 하면서, 가장 먼저 제시한 조건이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이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