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중기 30% 넘어…‘적극적인 사업전환 지원프로그램’ 마련해야 

우리나라 제조 중소기업 중에는 업력이 15~20년을 넘었는데도 종사자 수가 50인 미만의 소규모인 업체가 적지 않다. 규모면이나 주력 업종 등에서 성장이 정체된 이른바 ‘성장정체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업체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다 자금지원이나 기술개발 등 개별적인 기능별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정부가 먼저 사업대상을 발굴해 지원하는 ‘적극적인 사업전환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성장정체 중소기업의 실태 및 대책’ 보고서는 우선 성장정체 중소기업 비중이 10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성장정체 중소기업의 실태 및 대책에 대한 조사연구가 거의 없었고, 정책적 관심도 매우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제조 중소기업 중 업력 15년의 성장정체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9%로 산정했다. 성장정체 중소기업의 비중은 2009년 20.4%, 2014년 26.3%, 2019년 30.9%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성장정체 중소기업 중 향후 5년 이내 성장정체의 늪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한 비중은 15%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서 업력 15년 미만이면서 종사자 수 50인 이상(혹은 중기업) 규모로 빠르게 성장한 이른바 ‘고성장 중소기업’의 비중은 2019년 3.2%로 낮은 수준이며, 이는 2009년 3.7%보다 감소했다.

보고서는 성장정체 중소기업의 성장 활력을 높이는 것은 중소기업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고용창출 등을 위해서도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강조했다.

◇시장요인 원인 성장정체 60%=기업이 성장정체에 빠지는 이유는 크게 시장요인과 기업요인으로 구분했다. 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부문 성장정체 중소기업의 성장정체 원인은 시장요인이 60%, 기업요인이 40% 비율로 나타났다.

시장요인은 시장규모가 작고 성장성이 낮아서 성장기회가 별로 없거나, 과당경쟁 혹은 높은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성장하기 어려운 경우 등 시장환경 요인을 말한다. 성장정체의 시장요인은 시장의 과당경쟁(18.5%), 시장의 낮은 성장성(17.6%), 작은 시장 규모(16.7%) 때문에 성장기회가 없었다는 순서로 관련성이 높게 나타났다.

기업요인은 시장환경과는 관계없이 기업의 성장의지가 부족하거나, 혁신역량이 부족해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 자금난·인력난·마케팅 역량 부족 등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기업요인 부문에서는 만성적인 자금난, 인력난(10.6%), 마케팅 역량 부족(8.3%), 혁신역량 부족(7.9%) 때문에 성장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순서로 관련성이 높게 나타났다.


성장정체 중소기업이 활동하는 주력시장은 과당경쟁이 심하고 신규진입이 어려운 시장이다. 고객의 수요 변화가 빠르거나 기술혁신의 속도가 빠른 역동적인 시장이 아니라 다분히 정체된 시장이기도 하다.

성장정체 중소기업이 직면한 시장 특성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성장정체 중소기업의 98%는 최소 20년 전 창업 당시 업종을 지금까지도 주력 업종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장정체 중소기업 증가…심각=보고서는 성장정체 중소기업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성장정체 중소기업이 많고 계속 증가하는 현상은 광범위하고 심각한 문제라며, 앞으로 정책적 관심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했다.

성장정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기술개발 등 개별적인 기능별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중소기업이 성장정체에 빠지는 이유가 기업요인보다는 시장요인이 크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역량 강화만으로는 성장정체 기업이 직면한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우며, 성장정체 기업이 직면한 주력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정책이 창업과 벤처기업 지원에 중점을 둔 정책이라면, 성장정체 중소기업 시책은 오래되고 정체된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창업·벤처정책과 함께 성장정체 중소기업 시책이 실효성 있게 작동해야만 중소기업 생태계의 성장활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견해다.

◇‘사업전환 지원 프로그램’ 마련을=성장정체 중소기업 문제에 효과적으로 정책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성장정체 늪에 빠진 중소기업의 사업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성장정체 중소기업 중에서 성장의지가 높은 기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차별화 전략이 요구된다.

보고서는 현행 사업전환 지원시책을 확대 개편해, 성장정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사업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적극적인 사업전환 지원 프로그램’은 성장정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경영진단 사업을 실시해 사업전환이 바람직한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해당 중소기업의 사업전환 역량을 적극지원(컨설팅+자금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보고서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사업전환지원센터에서 성장정체 중소기업 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기초 경영진단을 실시해, 사업전환이 바람직한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진단된 다수의 성장정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전환 계획 수립을 돕고, 추진 역량을 보강하기 위한 민간컨설팅을 지원하며, 이후 해당 중소기업이 제출한 사업전환 계획을 심의 및 지원 승인하고 사후관리를 하는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