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근보다 ‘아파도 출근’할 때 비용이 훨씬 크다

코로나로 급물살탄 상병수당, 법정 유급병가와 연계 필요성 제기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한 초창기부터 방역당국은 “아프면 3~4일 집에서 머물기”를 권고해왔다. 이를 직장내 집단감염 예방조치로만 좁혀서 해석할 수는 없다. 몸이 아파도 출근하는 ‘프리젠티즘(presenteeism)’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결근할 때 발생하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장은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4월호에 실린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상병수당 도입 경과와 함의’ 보고서에서, 프리젠티즘에 대한 해외연구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관절염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추계한 캐나다 연구는 전체 비용 중 41%가 프리젠티즘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강직성 척추염의 사회적 비용을 분석한 영국 연구는 결근 때문에 발생한 비용이 1인당 연간 411파운드인 반면, 프리젠티즘에 의한 비용은 1인당 연간 3425파운드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만, 아프다고 쉽사리 쉴 수 없는게 현실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업무 외 상병에 대해서는 감염병 일부를 제외하고 공적 보장제도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업무로 인해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때는 산재보험 등에 따라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등이 지급되지만, 업무 외 상병에 대한 대책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또, 휴가·병가가 유급이든 무급이든 기업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달려있다 보니, “다양한 고용형태의 불안정 노동자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자영업자들은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보고서는, 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조사에서 “유급휴가나 유급병가·질병휴직만이 아니라 무급병가·질병휴직에서도 불안정 혹은 영세사업장 노동자가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이 일관되게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하자, 상병수당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 도입이 시급해진 것이다. 

◇상병수당 없는 나라는 10개국에 불과=보고서는 국제사회보장협회(ISSA)의 최신 집계 자료(2018~2019년)를 근거로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부르키나파소, 가나, 키리바시,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세네갈,시에라리온 등 10개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상병수당의 유형이나 대상, 보장 정도는 나라마다 다양하다. ILO는 1969년 발표한 ‘요양급여와 상병수당 권고’에서, “상병으로 일하기 어려운 전체 기간 동안 이전 소득의 66.7% 이상을 지급하고,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계층으로 적용을 확대”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보장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상병급여의 법적 제공을 포함하는 건강보험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이후 수차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있었던 상병수당 도입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발생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 

2020년 7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에서 상병수당 추진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는 합의가 이뤄졌고, 이후 준비과정을 거쳐 보건복지부가 2022년 1월 시범사업 방안을 마련해 같은 해 7월부터 6개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다른 제도와 연계해 사각지대 없도록”=보고서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와 비판에 공통요소가 있다며, “특히 법정 유급병가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회보장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제도 공백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노동자의 병가 사용을 빌미로 사업주가 불리한 처우나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병가 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에서도 고용 불안이나 승진·인사에서의 불리함 때문에 실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병수당의 보편성을 확립하고 소득 보장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최저임금 60% 수준의 정액 급여이며 최대 보장기간도 120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재정부담의 경우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사업주와 노동자의 기여 분담률, 자영업자의 기여율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며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분담을 하더라도 “상병수당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저소득 취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2025년 이전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이러한 제약 요인들을 최대한 보완함으로써 (상병수당이) 보편적 건강 보장과 소득 보장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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