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발명가 될수 있나…AI 저작권 논란

세계 특허당국·법원, “AI는 ‘재산권’ 주체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출원인] 테일러 스티븐 엘

[발명자] 다부스(본 발명은 인공지능에 의해 자체적으로 생성됨)

식품 용기와 신경자극 램프에 대한 발명 2건의 내용이 역사에 남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이 특허를 출원한 출원인 스티븐 테일러 박사와 발명자인 AI ‘다부스’는 역사에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학습능력을 가진 AI가 스스로 발명해낸 발명품에 대해 특허권을 어떻게 인정할지를 놓고 전세계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AI 다부스를 개발한 테일러 박사는 문제의 발명 2건으로 2019년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출원인 스티븐 테일러는 자신이 특허출원한 발명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AI가 스스로 일반적 발명 지식을 학습한 후, 독자적으로 창작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 특허청은, 인공지능은 자연인이 아니어서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2022년 9월 출원 자체가 무효라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테일러 박사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12월 출원 무효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소송을 미국·유럽·독일·영국·호주 등에서 제기한 와중에,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제기한 것이다. 전대미문의 AI 발명가 등장 여부는 이제 법원의 판결로 결정날 운명에 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2022년 연차보고서에서, 글로벌 주요 지식재산 이슈분석의 첫 번째로 AI 발명을 올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법원은 아직까지 AI를 발명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법리의 등장이나 입법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AI 발명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AI는 재산권’ 주체 아니다=법률의 구절만 보면, AI가 지식재산권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특허법은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高度)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저작권법은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했다.

 

AI가 최근 내어놓은 결과물들을 보면, 기술적 창작인 발명이나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저작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AI가 지식재산권의 주체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어떠한 성과물이 지식재산권에 의해 보호받기 위해서는 법이 정하고 있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대부분의 주요국 현행법은 지식재산권의 주체를 자연인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단 지식재산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당초 특허권은 지식‘재산권’의 일종인데, AI가 재산을 소유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인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법률행위의 행위능력에 관한 민법 등의 조항을 봐도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티븐 테일러의 발명에 대한 해외 특허당국의 입장도 유사하다. 2019년 12월 영국 특허청은 AI 다부스가 해당발명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영국 특허법이 요구하는 발명자의 요건인 자연인이 아니므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유럽과 미국의 특허청과 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AI를 발명자로 인정 못하면=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호주의 연방 대법원은 여타 국가가 특허당국과 마찬가지로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송과정에서 1심 법원은 AI를 지식재산의 주체로 확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는데, 이 판결이 항후 AI의 지식재산권 논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1심 법원은 발명자가 AI도, 테일러 박사도 아니라면 제출된 출원의 발명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칫 실제로 발명을 하지 않은 주체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부당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만약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AI의 소유자는 AI가 발명했다는 사실을 감추고 AI의 발명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할 수 있을 것이고, 이 경우 해당 AI 자체를 영업비밀과 같이 공개하지 않게 될 것이란 우려다. 그런데 AI의 발명에 대해 AI 개발자가 발명자로 인정받는 것, AI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AI의 소유자가 독점하는 것 두 가지 모두 특허법의 본래 목적과는 상반된다고 1심 법원은 지적했다.

 

AI의 발명을 AI 개발자가 특허출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1심 법원은 새로운 논리를 내보였다. 호주 특허청은 AI의 발명이 AI개발자에게 양도될 수 없다고 보고, 인간만이 발명을 양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고용계약에 따라 피고용인의 발명을 고용인에게 귀속하는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회사의 직원이 직무상으로 해낸 발명에 대해 지식재산권이 회사로 돌아가는 법리는 다양한 국가의 법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1심 법원은 다부스를 소유한 테일러 박사를 고용인의 지위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다부스의 발명에 따라 테일러 박사가 특허권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호주 특허법 상 취득 개념은 소유권을 반드시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 포괄적인 개념이므로, AI인 다부스의 지식재산권 소유의 개념을 논하지 않고, 테일러 박사가 다부스의 소유자이자 관리자로서 다부스의 발명을 소유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고용의 법리를 이용해 AI가 창출해낸 결과물에 대한 현행법상의 권리자를 정하기 위한 해석을 제시한 것”이지, “AI를 곧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법리가 항소심이나 호주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제도 편입 늦추는 것 한계”=결론이 간명하게 난 발명 여부와 달리, 저작권의 주체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결론이 나오고 있다.

 

테일러 박사는 AI가 생성한 그림 ‘파라다이스로 가는 입구’에 대해서도 저작권 신청을 했으나, 미국 저작권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간에 의한 창작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캐나다 지식재산권청은 2021년 AI가 생성한 그림에 대해 사람과 AI를 공동저작자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이 그림의 공동저작자인 안킷 사니는 미국에서도 저작권 등록을 시도했으나, 미국 저작권청은 이를 거절했다.

 

보고서는 “아직까지 주요국에서 AI가 지식재산권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면서도, “단순히 현행법상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AI의 지식재산권 제도로의 편입을 계속해서 늦추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했다. 또, “AI는 인간의 창작을 가속화하고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도구로서 널리 쓰일 것이며, 그에 따라 지식재산권 뿐 아니라 다양한 법적문제도 함께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챗 GPT 등 AI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 및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사례를 들며, “AI의 활용 및 성과보호에 관한 외국사례를 분석하고 국내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건전한 거래질서 유지 측면에서의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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