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인상…중산층 지원 결국 공수표

4인 가구 인상 부담 월 7000원 이상…연내 추가 인상 “예단 안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기·가스요금을 지속 조정해 왔음에도 과거부터 누적돼 온 요금인상 요인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지난 1분기에 이어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국민 여러분께 부담과 걱정을 끼쳐드리게 되어 무거운 마음”이라며, 에너지 요금 인상의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날 정부는 전기요금을 16일부터 kWh당 8원 인상하기로 했다. 4인가구의 한달 전력 사용량을 332kWh라고 가정할 때, 올해 초에 비해 월 전기요금이 약 3000원 증가하는 수준이다. 가스요금 역시 16일부터 MJ당 1.04원을 인상하기로 했다. 4인가구 한달 가스 사용량을 3861MJ이라고 가정할 때 월 가스요금이 약 4400원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전기와 가스 인상폭을 합치면, 4인가구의 에너지 요금 인상부담이 매월 7000원 이상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인상폭이 낮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요금의 경우,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kWh당 두자릿수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 바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호현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연내 추가 인상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단하고 있지 않다”면서, 향후 글로벌 에너지 가격동향과 한전·가스공사의 재무상황 및 자구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다만, 연내 추가 인상을 부인하지는 않아, 추가 인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취약계층 중심 요금인상 지원…중산층 지원은 이번에도 없다

이번 에너지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중산층 지원책을 찾아볼 수 없다. 

에너지요금 중산층 지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다. 지난 1월31일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1/30, 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 등이 난색을 표하고, 여당마저 이에 공감을 표하면서 중산층 에너지요금 지원은 사실상 공수표가 됐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서도 요금부담 지원책은 취약계층 중심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평균 사용량까지는 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하고,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 역시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 캐시백 등 모든 소비자에 적용하는 기존의 에너지요금 할인정책 역시 확대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중산층”에 대해서는 별도의 부담완화 대책이 추가되지 않았다. 

자산 팔고 인력 줄이고…하위직 임금 반납까지 추진하는 한전

이번 요금 인상은 2분기가 시작하는 4월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3월말 여당과 정부의 당정협의에서 결론이 났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수 차례의 당정협의 연기 속에서 결정이 한달 반이나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한전 등은 수 차례에 걸쳐 자구책을 발표했으나, 여당은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임기가 2024년 5월까지인 정승일 사장이 결국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한달 반을 끈 에너지요금 인상이 마무리됐다. 

한전은 지난 12일 그간의 자구책에 추가 대책을 포함한 “창사 이래 최대의 자구노력”을 내놓았다. 지난해 비상경영체제 돌입에 따라 수립한 전력그룹 재정건전화 종합계획은 5개년간 20.1조원의 재무개선 계획이었다. 여기에 추가로 한전 3.9조원, 전력그룹사 1.7조원 등 총 5.6조원을 더해, 2026년까지 총 25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재정건전화 계획상 매각대상 44개소 외에도, ‘매각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하에 수도권 대표 자산인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 매각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강남 핵심 교통요충지에 입지한 한전 아트센터와 10개 사옥의 임대를 우선 추진하고 추가적인 임대자산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정원 감축 역시 지난 1월 에너지 공기업 최대 규모인 496명의 정원을 감축한데 이어, 필수 증가 소요인력 1600여명을 업무 디지털화·사업소 재편·업무 광역화 등 통해 재배치 인력으로 소화하기로 했다. 

임금 반납도 확대하기로 했다.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2직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전부 반납하고, 한전은 추가로 3직급 직원의 임금 인상분의 50%를 반납 하기로 했다. 성과급 역시 경영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6월경 1직급 이상은 전액, 2직급 직원은 50% 반납할 계획이다. 아울러, 하위직급을 포함한 전 직원의 임금반납을 추진하기 위해 노조에 동참을 요청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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