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토대는 갖췄지만 ‘스케일업’은 미흡

“불필요한 규제, 투자 선순환 구조 미비, 혁신 저해환경이 요인” 

 

세계 주요국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해 혁신 성장동력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미미한 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부문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혁신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스케일업을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 국제비교 및 진단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주요국 가운데 GDP대비 벤처투자 순위가 높고, 기술기반 창업 비중이 증가하는 등 스타트업 토대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유니콘 기업의 탄생 등 스케일업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각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지원=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는 2021년 역대급 성장을 이뤘으나, 2022년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며 위축됐다. 2021년 글로벌 벤처투자는 전년대비 111% 증가한 6384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2022년에는 35% 하락한 4151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분기마다 10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해 총 517개사가 증가한 반면, 2022년에는 전년동기 대비 50.9%가 감소한 258개사만이 새로 유니콘 기업이 됐다.

미국의 경우, 정부 지원보다는 민간투자가 활성화돼 있다. 정부의 지원은 초기 스타트업 연구개발과 상업화에 집중돼 있고, 그 이후의 단계는 민간에게 일임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기업투자(CVC)가 활발해 글로벌 기업들도 M&A나 지분 투자 등으로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20위권 내외인 일본은 정부가 주도해 스타트업 육성계획을 발표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첨단 제조업 분야 기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금과 세제상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다, 민간기업 차원의 투자 또한 활발하다. 이점에서 일본과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앤트그룹이나 디디추싱처럼 민간기업과 정부 간의 마찰도 발생, 이 부분은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에 제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역시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도시인 런던의 이점을 살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2위를 차지한다. 특히 영국은 스케일업 분야에 중점을 두고, 스타트업의 도약과 유니콘화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한단계 도약 위한 정책 필요=우리나라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을 해왔다. 그 영향으로 기술기반 창업 비중이 증가하고,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도 OECD 6위 수준으로 성장하는 등 초기 기반 확보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전세계 유니콘 기업 중 한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저해하는 요소로 ▲과도한 정부규제 ▲투자의 선순환 구조 미비 ▲혁신을 저해하는 문화환경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과도한 규제로 유니콘 기업 등 스케일업 기업의 출현이 어렵고,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더라도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데 제한을 받는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또 국내 벤처펀드는 정책자금을 기반으로 한 투자가 전체의 59.3%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보고서는 민간부문의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벤처투자 활성화와 민간 벤처투자 촉진을 위해 관리보수 추가 지급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세제 지원제도를 발표했지만, 이를 통해 민간투자를 이끌어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M&A를 활성화하고, 엑시트(Exit)에 성공한 창업자가 재창업 및 투자에 나설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 회수 가능성과 안정성을 우선으로 투자하며, 실패 후 사회적 낙인 효과 및 재도전 지원체계가 미비해 혁신 창업과 유니콘 탄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링(GEM)에 따르면, 2021년 전체 47개국 중 우리나라의 창업 용이성은 35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46위를 기록해 여전히 부정적인 창업 환경 및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창업이 용이한 클러스터 조성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재도전을 지원하는 제도 등이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는 요인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역시 ▲스타트업 전용 증권거래소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돼 있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글로벌 유니콘을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2년부터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강해지며 글로벌 벤처투자액과 유니콘 기업 수가 모두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도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기업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를 철폐하고, 민간투자 활성화에 힘쓰는 한편 문화·환경 부분에서도 혁신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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