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끈도 가맹 필수물품인가…기준을 정하자

국내 가맹사업, 유통마진 아닌 로열티 중심 수익구조로 전환해야 

 

#1. 떡볶이 프랜차이즈 점주인 A씨는 본사의 과도한 판촉비와 물류비 그리고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료 등의 고정비를 빼고나면 주문 한건당 500~1500원이 남았다고 말했다. A씨는 본사가 필수물품인 소스 등에서 과도한 물류마진을 취하고 있으며, 과도한 판촉행사와 무리한 브랜드 리뉴얼 강행으로 점주들의 매출이 갈수록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본사의 리뉴얼 메뉴인 떡볶이는 소스원가만 25%, 다른 재료와 부대비용을 합하면 60%를 넘는 원가율이 나온다. 본사는 가맹비, 교육비, 로열티, 감리비, 인테리어마진, 재가맹비 등이 없는 ‘6無 정책’으로 소상공인들의 창업의 문턱을 낮췄다고 공정위에서 착한 프랜차이즈로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A씨는 장기간의 적자 운영 끝에 폐점을 선택했지만, 본사는 6무 정책으로 면제됐던 금액을 부활시켜 1400~1900만원의 위약금을 강요하며 퇴로조차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2. 차돌박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창업 당시, 본사로부터 최상위급 블랙앵거스 탑초이스 차돌박이를 점주들에게 공급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B씨는 본사로부터 필수물품인 차돌박이를 공급받아 영업하던 중 차돌박이의 스펙이 진차돌박이로 변경된다는 공문을 받았다. B씨는 새로 공급되는 고기로 영업을 하면서 손님들로부터 고기가 질기다는 불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수 개월이 지나 다른 매장 점주들도 고기의 품질에 대한 의심과 불만을 제기했고, 본사가 공급한 고기 부위가 차돌박이가 아닌 차돌양지라는 것을 알게됐다. 차돌박이는 구이류로, 차돌양지는 탕류로 구분되는 부위다. 점주들은 몇번이고 본사에 항의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B씨는 차돌박이를 별도로 구입해 영업했다는 이유로 가맹해지와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고 한다.

#3. 커피 프랜차이즈 점주 C씨는 본사가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많은 부분에서 불공정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광범위한 필수물품과 비싼 공급가라고 말했다. C씨에 따르면, 본사가 지정한 필수물품은 우유, 연유, 생크림, 휘핑크림, 두유, 각종 파우더, 시럽, 페이스트, 유자차, 사양벌꿀, 녹차가루, 탄산수, 후추, 계피가루, 오레오, 유산지, 샌드위치함, 뚜껑, 집게, 스푼, 포크, 아이스크림 스쿱, 비닐봉투 등으로 단순한 공산품에 로고를 찍어 필수물품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C씨는 광범위한 필수물품을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어 점주들의 수익구조는 취약한 상황인데도, 본사는 필수물품 지정 기준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개최한 ‘부당한 필수물품 피해사례 발표대회’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참가해, 필수물품을 과도하게 지정하고 과도하게 차액가맹금을 수취하는 행위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가맹점 수와 가맹점주 매출은 반비례=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이날 ‘가맹사업 필수물품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가맹사업은 기존의 산업 생산구조와 다르게 무형가치 산업 성격이 기본 속성임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가맹사업은 가맹본사의 주 수익이 유통마진에 있어 유통업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가맹점주와 가맹본사 간 수익배분에서 불합리가 발생하며, 산업 성장과실이 가맹본부에 집중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정 자문위원장은 필수물품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가맹사업은 필수물품 문제가 주요 쟁점인 외식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업종별 브랜드 수 비중을 보면 외식업종이 79.7%, 서비스업종 15.2%, 도소매업종이 5.1%다.

정 자문위원장은 외식업종 가맹사업의 경우, 가맹본부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가맹점주의 실질매출액은 계속 감소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영업환경이 상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외식업종의 경우 2018년 가맹점 수가 12만2574개였을 때 가맹점주의 실질 연평균매출액이 3억1200만원이었다. 그러나 2021년 가맹점 수가 16만7455개로 늘었는데 가맹점주의 실질 연평균매출액은 2억690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가맹점 수 증가와 가맹점주 실질 연평균매출액이 반비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필수물품 문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시중에서 쉽게 구입 가능한 물품과 시설장비를 필수물품(강제품목)으로 설정하고, 가맹본부로부터만 시중가보다 훨씬 고가로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커피브랜드 본사는 시중에서 4만5100원에 판매하는 진동벨을 로고도 찍지 않은채 본사가 6만6000원에 공급하거나, 차돌박이 브랜드 본사는 손거울·머리끈·손난로·핸드폰거치대·와인잔 등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을 강제품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도넛 프랜차이즈는 단순히 제품을 데우는데만 사용하는 오븐을 1000만원 정도에 구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시중에서 5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한 제품이다.

유통중심 수익구조를 로열티로 바꿔야=정 자문위원장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산업이 먼저 발달한 미국에서는 필수물품 등의 문제로 가맹점 수익이 악화되는 문제가 불거지자, 가맹점주들아 공동으로 출자해 구매를 전담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협동조합은 직접 공동으로 원부자재를 구입해 비용을 절감했다. 수익성이 개선되자 가맹점 출점도 증가했으며, 가맹본부의 수익도 향상됐다.

정 자문위원장은 미국은 매뉴얼이나 노하우를 기반으로 가맹본부가 로열티를 수령하고 이 로열티가 가맹본부의 주 수익원이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가맹본부나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자로부터만 구입해야 하는 필수물품은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가맹본부가 상품에 대한 유통마진에서 과도한 수익을 편취함으로써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니, 가맹본부가 유통업 성격을 극복하고 본연의 무형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열티 방식의 경우 가맹점주의 매출이 높을수록 이에 연동하는 로열티가 많아져 가맹본부 수익도 높아진다. 또, 로열티 방식은 차액가맹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맹본부 수익 수취방식이 단순하고 투명하기 때문에 가맹점주가 가맹계약 시 이를 충분히 숙지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양적으로 상당한 성장을 이룬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필수물품을 최소화하고 무형적 가치를 중심으로 가맹본부의 주된 수익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필수물품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상품과 용역에 대한 공급사를 가맹본부로 하거나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상품과 물품을 자유롭게 구입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정 자문위원장은 차액가맹금으로 인한 분쟁의 실제는 대부분 과도한 차액가맹금 수취에 있다며, 가맹본부의 차액가맹금을 일반공중에 공개하고 업종별·영업표지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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