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 호소

피해 유형에 맞는 실효적 지원되도록 특별법 보완 시급 

 

지난 5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전세사기 피해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피해 유형에 맞는 실효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시급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을 위한 위원회 설치, 피해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와 금융지원, 경매 입찰 시 비용 지원 등 다양한 피해자 지원대책이 포함됐다. 그러나 피해 임차보증금 사후정산 방식과 채권매입을 통한 선보상 후정산 제도 도입, 최우선변제권 확대 등 좀 더 실질적인 피해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 센터장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박상혁·오기형·허영 의원이 18일 개최한 ‘전세사기 특별법 보완 및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전세사기 피해는 주택 유형, 사기 유형, 피해자의 처지 등에 따라 필요한 대책이 다르다”며, “피해자의 처지와 요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피해구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322명만 인정=법률 제정 시, 1만2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에 상담을 신청했지만, 7월13일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피해자는 322명이 인정됐다. 피해자 인정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가 피해사례 고충을 접수한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발송해 425명이 응답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응답자의 평균연령은 36.4세였다. 20대와 30대가 70%, 40대까지 포함하면 89.6%다.

피해주택의 유형은 오피스텔(28.5%)이 가장 많았고 다세대(26.1%), 아파트(21.4%), 다가구(19.1%) 순이었다. 피해액 평균은 1억1497만원이었는데, 지역별로 피해액 규모가 달랐다. 지역별 응답이 20개 이상인 지역만 비교해보면 서울특별시 2억400만원, 경기도 1억8700만원, 대전광역시 1억3200만원, 대구광역시 9100만원, 인천광역시 9100만원 순으로 피해 규모가 컸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었다고 생각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85.4%가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법에 따른 피해구제책에 대한 평가 설문에는 91%가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구제책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정책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피해자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 관련 정책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정책은 16개 정책 중 9개 정책,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높은 정책은 16개 중 7개 정책이었다.

특별법 개정의견으로 가장 많은 응답은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 도입’(84.2%)이었다. 이어 ‘피해자 결정 기일 단축 및 간소화’(76.5%), ‘최우선 변제금만큼 국가 보상’(69.4%) 순으로 개정의견이 높았다.

현행 법령이 제시하는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보증보험 가입 등 제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은 응답자는 21.9%였다.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 도입 호소=‘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의 경우 당장 목돈이 필요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할 필요가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절실한 정책이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면서 전세사기 피해를 보았지만, 입주 순위에 따라 경매 유예에 대한 입장이 나뉘어져 현재는 경매가 진행되고 있고 따라서 후순위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는 거주 주택에서 쫓겨나거나 쫓겨날 예정인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 제도가 필요하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하고 있다.

2030세대의 경우 피해자의 전 재산이 전세자금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다. 즉 전 재산을 잃고 빚만 떠안게 됐다. 이 같은 경우 정부가 재정을 활용해 피해의 전부가 아니라 최우선변제금에 해당하는 일부라도 지원해주길 희망했다.

권 센터장은 “피해자 간담회에서 한 피해자는 ‘은행, 건설업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을 투여하는데 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국민을 위해선 재정을 투여하지 못한다고 하느냐’고 강하게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 현황이 조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제정됐고, 법 논의기간도 짧아 현장의 문제가 특별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으며, 법안이 논의되던 시기에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시민단체, 언론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현실을 반영한 특별법 제정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권 센터장은 피해 유형에 맞는 실효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책 및 법 개정을 제안했다. 피해자 인정범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해 억울하게 구제책에서 제외되는 피해자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해 현황 및 맞춤형 구제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 실시도 제안했다.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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