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출근 40%…휴가 못 쓰는 콜센터 현장

“감정노동 스트레스 심해, 끊을 권리 보장 필요” 

 

콜센터 노동자의 40% 이상이 아파도 출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평균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26일 민주노총은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5월 중 온라인설문을 통해 1280명의 콜센터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지난 2022년 한해동안 아파서 병가나 연차휴가를 쓴 날은 평균 6.8일이었으며, 하루도 없었다는 응답은 28.5%로 나타났다. 

아파도 병가나 연차휴가를 낼 수 없었던 날은 평균 1.4일로 조사됐다. 하루도 없었다는 응답은 60.8%였는데, 반대로 말하면 콜센터 노동자의 40% 가량이 아파도 휴가를 쓰지 못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용노동부의 근로환경조사를 근거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아파도 출근한 비율은 평균 17%라며 콜센터 노동자들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아파도 휴가를 낼 수 없었던 이유로는 관리자에게 밉보일까봐라는 응답이 26.7%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소득이 줄어들까봐(25.2%), 동료가 힘들어지니까 미안해서(24.1%)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연차소진율은 평균 71.4%로 나타났다. 100% 소진했다는 응답은 45%에 미치지 못했다. 

ILO 등 국제기구에서는 업무 중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는 등 생리·필수 여유를 둘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여유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 15.4%는 가능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약간 가능(48.2%)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완전히 가능하다는 답은 36.4%였다. 

◇산업안전보건교육 제대로 받았다 “3%” 불과=보고서는 콜센터 현장에서 휴식시간이나 산업안전보건 교육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루 업무 중 실제로 쉬는 시간(점심시간 포함)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1시간 이상 쉰다는 응답은 60.6%였다. 30분에서 1시간 미만은 27.9%, 30분 미만은 11.5%였다. 전체의 40% 가량이 하루에 1시간도 채 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안전보건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법정교육을 월 2시간 또는 분기별 6시간을 받아야 하는데, 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29.9%에 달했다. 

반면 매월 1~2시간 받아 법정 교육시간을 충족했다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1년에 한두번 들었다(37.7%)거나 분기별 1~2시간(15.4%)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직업병 유해요인 조사 역시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현행 법은 3년 마다 사업장에서 직업성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조사(작업자세 등을 조사하고 질환자를 찾아 관리)를 진행하고 문제가 되는 작업에 대해서는 개선을 해야 하며 아픈 환자를 찾아 치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결과를 확인했다는 응답은 19.9%에 그쳤다. 

◇감정노동 스트레스 심해…끊을 권리 보장해야=보고서는 “콜센터는 감정노동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곳 중 하나”라며,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인 심리상담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특히 끊을 권리에 대한 보장도 필요”하다며, “악성고객(욕, 성희롱 등)의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외주화된 콜센터 노동자에게 폭언, 업무방해 등이 발생하면 원청인 서울교통공사가 고발을 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근골격계질환 관리에 대해서도 “너무나 아픈 노동자가 많다는 것은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짚었다. 

콜센터가 원청과 도급계약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현재의 도급 구조는 ‘최저가 입찰’형태를 띠고 있어 노동자들의 휴게권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며,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킬 수 있도록 표준도급계약서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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