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 비밀은 ‘덕심’

마니아 넘어 자부심 일으키는 팬덤 마케팅…‘찐팬’ 모아야 성공 

 

“난 무조건 ○○팬이야! ○○ 최고!”

아이돌 팬 커뮤니티를 보면 이처럼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사이에는 스타와 팬 이상의 끈끈한 유대감과 상호관계가 형성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팬과 팬 사이에도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하며, 그들 사이에 가족과 같은 돈독한 문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팬덤 현상은 비단 아이돌에만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업들은 단순히 소비자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것을 뛰어넘어 소비자와 유대관계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이어지는 ‘팬덤’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팬덤 문화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주변의 고객까지 충성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기업팬덤 문화 찐팬’ 모아야 성공한다=“난 ○○의 팬이야”라고 말할 때, ‘팬’은 단순히 ‘좋아하는 행위’ 자체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긍정적인 호기심은 특별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 관심은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져 ‘갖고 싶다’는 구매력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찐팬’이 형성되는데, 찐팬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됨으로써 브랜드 자체를 지지하는 팬덤 형성에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좋아하는 마음’이 관련 산업 전체에 얼마나 큰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불러일으키는지는 팬덤 문화가 짙게 깔린 엔터테인먼트 산업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이돌 굿즈부터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한 브랜드는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하며 커다란 경제규모를 매년 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MD(merchandise)시장을 포함한 팬덤 비즈니스 경제규모는 7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이유로 최근 기업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팬덤 문화를 벤치마킹한 ‘찐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찐팬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브랜드와 그 제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을 내보이는 ‘옹호자’로서 다른 고객까지 끌어모으는 입소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이폰과 맥북 등 애플 제품만 고집하는 사람들이나 특정 브랜드에서 나오는 굿즈를 사기 위해 오픈런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주변에 ‘나도 갖고 싶다’는 심리를 자극해 구매 심리를 일으킴으로써 판매 상승도 유도한다.

스타벅스의 시즈널 MD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매 시즌에 맞는 MD 상품을 새롭게 출시하는 스타벅스는 대부분 프로모션 기간 한 달 이내로 재고가 소진될 정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구가한다. 또한, 음료 17잔을 마시면 증정품을 제공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 역시 완판을 기록하며 엄청난 음료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를 시작한 첫날 기준, 전일 대비 하루 동안 앱 접속량이 평균 50% 증가했다. 시간대별로 따져보면, 오후 1시 이후부터 평균 60% 이상 증가했다. 앱 접속 증가가 가장 높았던 시간대는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전일 대비 80% 올랐다. 여름 e-프리퀀시를 완성해 증정품 수령을 예약한 신청수도 첫날 하루 기준으로 지난해 이벤트 대비 25% 증가했다. SNS 게시물도 10일간 약 650만명이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찐팬’ 끌어모으는 비즈니스 전략=이처럼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깊이 파고들고, 브랜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제품 소비로까지 이어지는 ‘덕후’ 문화가 브랜드 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되자, 많은 기업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비자와 밀접 소통을 하며 ‘찐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려견을 위한 휴먼그레이드 자연화식 브랜드 ‘듀먼(D’human)’은 2022년부터 분기별로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반려견과 보호자가 동반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듀먼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했다.

듀먼 홍보 담당자는 “듀먼몰 회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다. 듀먼의 위생적이고, 전문적인 제조공정을 직접 관람하고, 당일 생산된 화식을 바로 체험해 볼 수 있다”며, “수의사 강연도 함께 마련해 평균 10: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이어 이 담당자는 “공장 견학 후 참여자들은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깨끗하고 위생적이어서 신뢰가 간다’,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화식 제조과정을 직접 보니 놀라웠다’ 등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라며, “공장 견학 프로그램은 올 하반기에도 예정돼 있는데, 더 많은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초경량 노트북 LG그램의 커뮤니티인 ‘재미(jammy.lge.co.kr)’는 LG그램의 소유 여부와 별개로 ‘찐팬’임을 자처하는 MZ 세대의 자발적인 활동을 끌어내는 온라인 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재미 가입자 수는 작년 7월 오픈 이후 10만명 이상이다. 누적 방문자 수는 약 130만명이다. 재미 가입자는 커뮤니티에서 활동 내역에 따라 포인트(g)를 받는데, 이를 이용해 유명 아티스트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한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또, 대학생을 위한 PPT 템플릿, 전문가를 위한 포토샵 전용 툴(Tool) 등 유용한 콘텐츠도 획득할 수 있다.

오뚜기는 식품 전문기업에 걸맞게 요리와 관련한 이벤트로 팬덤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26번째를 맞은 ‘스위트홈 오뚜기 가족 요리 페스티벌’에는 지금까지 총 1만2500여명(3000여 가족)이 참가했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랜드에서 열었던 요리 페스티벌에는 일반 방문객들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진행해 오뚜기의 다채로운 제품을 시식할 수 있는 경험도 선사했다.

더불어 온·오프라인 쿠킹 클래스인 ‘오키친 스튜디오’도 선보이며 소비자들이 직접 요리에 참여할 기회도 마련했다. 오키친 스튜디오는 작년 3월에 오픈한 이후 올 5월 기준 총 115회의 클래스가 열렸으며, 800여명 이상이 참가했다. 작년 5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푸드트럭 ‘옐로우즈 키친’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피자, 치즈스틱, 진라면 등을 소개하며 45회 운영기간 동안 1만6000여명의 소비자와 만났다.

컬리수, 모이몰른, 플레이키즈-프로, 리바이스키즈, NBA키즈 등을 운영하는 한세엠케이는 ‘키즈팬덤’ 강화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부모와 아이가 함께 브랜드 가치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고객 참여형 브랜드 전략을 활발히 펼쳐 팬덤을 두텁게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NBA키즈의 경우 상반기에 이어 올 하반기에도 브랜드 공식 서포터즈인 ‘2023 느바 루키’ 2기를 운영한다. 신상품 체험 및 브랜드 이벤트 참여, 화보 촬영 기회 등을 통해 브랜드 특유의 스포티하고 스트릿한 감성과 스타일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재미(FUN)’ 콘셉트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잡은 컬리수도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농심 너구리 브랜드와 함께 한정판 컬렉션 출시 및 이색 오프라인 이벤트를 전개했는데, 송파·인천·부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게릴라 팝업 이벤트를 비롯해 ‘컬리수와 함께하는 너구리 캠핑나이트 패키지’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했다. 또한, 스칸디 스타일 브랜드 모이몰른은 지난 6월 말 비건 브랜드 탈리다쿰과 함께 진행한 SNS 이벤트 ‘안녕 나의 엄마’를 통해 육아로 지친 엄마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취지를 담아내 호응을 받기도 했다.

한세엠케이 홍보 담당자는 “한세엠케이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전략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며, “유아동복 외에도 캐주얼 브랜드 NBA 및 PGA TOUR & LPGA골프웨어 등 스포츠 헤리티지 브랜드들을 운영하며 성인, 아동 양대 축을 기반으로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적도 올 1분기 국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06% 증가한 646억원을 달성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