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기업, 내년에 VC 투자받기 유리할 것”

기술주권 위해 각국 소부장 집중 육성…AI반도체·미래차·바이오 관심 

 

‘소부장’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말하는데, 주요국 정부가 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이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투자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하지만, 소부장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는 만큼 소부장 스타트업들도 전략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조언도 나온다.

권준희 하이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엔젤투자협회가 20일 개최한 ‘2023 제4회 팁스밋업(소부장)’에서 ‘소부장 산업의 현황과 투자유치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패권경쟁 심화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일었고, 디지털전환(DX) 중심으로 미래 소부장 기술 육성을 통한 기술주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투자시장도 소부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투자유치가 필요한 소부장 스타트업들의 전략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주권 확보 위해 소부장 집중 육성=글로벌 주요국은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혁신경쟁법’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 공급망을 점검하고 AI, 양자, 첨단통신, 합성생물학 등 핵심 신흥기술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장기계획’을 통해 7대 첨단과학기술 및 6대 산업육성 계획을 밝혔다. 국가 R&D를 연 7% 이상 확대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AI, 반도체, 양자, 로봇 등 7대 기술과 신소재(희토류 등), 위성항법시스템 등 6대 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유럽연합은 ‘신산업 전략’에서 6대 전략기술 육성 계획을 밝혔다. 의약품원료, 배터리, 수소 등 핵심소재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AI 등 신기술 표준 조율, 반도체 공조 등 대미 공조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또한 ‘경제안전보장 추진법’을 통해 10대 핵심기술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등 공급망을 확보해 경제안보를 강화하고, AI, 바이오, 양자, 우주 등 미일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일본 정부의 3대 핵심품목 수출규제 도발 이후, 대일본 수입 의존도 탈피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소부장 산업의 일본 의존도를 줄이는 성과를 얻었지만, 여전히 전략기술 격차가 있다. 정부는 미래 소부장 핵심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중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R&D, 디지털전환, 탄소중립, ESG 등 미래 소부장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민간자본 투자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AI반도체·미래차·바이오 소부장 관심 집중=소부장 산업에서는 지능형(AI) 반도체 주도로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지능형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에 비해 대량의 데이터를 병렬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2030년이면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 중 지능형 반도체가 1/3을 차지할 전망이다.

미래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생태계 내 구도 역시 다변화가 예상된다. 주요국들은 친환경차 구매보조금을 지급하고 자율주행차 규제완화 정책을 펴며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ICT 기업들은 미래차 시장진입 및 친환경차의 개발에 용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신생OEM, ICT(자율주행), 서비스(차량공유) 등 미래차의 글로벌 밸류체인 구조가 다변화되고 부품업계의 협업구조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바이오 소부장 또한 각광받고 있다. 의약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 각 단계별로 필수 소부장 산업이 연관돼 있지만, 현재는 대부분 극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은 연평균 5.6% 성장할 전망이며, CDMO(위탁개발생산) 산업이 발달하고 있어 국산 바이오 소부장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권 대표는 정부가 지원하는 주력 분야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정부 주도 육성산업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 대표는 투자자들이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소부장을 주력 산업으로 보고, 여기에 탄소중립과 ESG 가치를 가지고 있는 퍼스트 무버를 찾고 있다고 봤다.

투자받기 유리한 시기사업 안정성 확보를=하지만 투자업계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 VC(벤처 캐피털) 업계는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기관들의 조달금리가 높아져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VC들은 사업계획을 재조정해야 하는 구조조정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투자실적도 상당히 감소했다. 레고랜드 발 채권시장 쇼크와 부동산PF 문제는 여전히 위험요소로 남아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투자시장이 좋아질 것이며, 특히 소부장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지금 VC에게 투자받기 유리한 상황이라고 권 대표는 판단했다.

그래서 권 대표는 무엇보다 현재는 무리한 성장을 추진하기 보다는 사업의 안정성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무리한 스케일업보다는 단기 수익모델을 우선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고,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겨야 하며, 과감한 구조조정 및 긴축재정을 위한 결단도 요구된다고 했다.

또, VC외에도 TIPS R&D 자금이나 KITIA 투자연계형 R&D 지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의 자금조달 채널을 적극 확보할 것을 조언했다.

권 대표는 자금조달이 어려울수록 사업성과를 확보해야 한다며, 무리한 지출없이 확보 가능한 성과를 우선시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융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특허상표디자인 등의 지식재산권이나 저작권영업비밀노하우 등 핵심역량을 자산화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