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전세사기 지원책…“실효성 부족”

정부·지자체 지원책 이용 피해가구, 5곳 중 1곳에도 못미쳐 

 

정부가 시행중인 전세사기 지원책을 이용한 피해 가구가 5곳 중 1곳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1일 (사)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가구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8~9월 사이 진행했는데 온라인조사, 전화조사, 대면면접조사를 병행해 총 1579가구를 대상으로 완료했다. 이중 1490가구는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설문조사 결과와 연계해 분석했다. 

조사결과, 지난 7월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에 따라 특별법에 의한 피해자 등으로 결정된 가구는 42.8%로 나타났다. 피해자 등 결정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 가구는 21.2%, 신청 후 피해자 등으로 결정되지 않은 가구는 2.3%였다. 피해자 등 결정을 신청하지 않은 가구는 33.7%로 집계됐다. 

동일 임대인 피해 규모가 10명 미만(단일피해 포함)에서 신청한 비율(61.1%)과 선정된 비율(30.5%)이 모두 낮게 나타났다. 

전세사기피해자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피해자가 아니라고 결정된 이유는 임대인의 채무반환 미이행 의도 미충족이 38.2%로 가장 많았다. 또 다수의 피해 요건 미충족(17.6%)과 특별법 제3조2항에 의한 피해자 제외요건 해당(17.6%)에 해당한 경우도 많았다. 

전세사기피해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가구가 피해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는 준비가 더 필요해서(29.8%), 신청 방법과 절차를 몰라서(24.0%), 결정받지 못할 것 같아서(14.1%), 실효성이 없어서(10.3%) 등이 있었다. 

보고서는 “동일임대인에 대한 피해 임차인 규모가 적거나, 임대인 등에 대한 수사가 개시 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지 않은 가구도 적지 않은데 이들은 현행 특별법상 피해자 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피해자 등 결정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가구 비율은 33.7%인데, ‘요건 충족을 위한 준비 필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별법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지자체 지원책도 그림의 떡=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지원대책을 한 가지라도 이용한 가구수는 276가구로 전체 가구수 대비 1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했거나 이용하고 있는 지원대책은 경·공매 유예·정지(10.3%), 법률지원(7.5%), 기존대출 연장·조정(7.3%) 순이었다. 전세피해지원센터 이용 경험이 있는 가구는 51.9%였다. 피해지원센터 이용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지원센터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도움이 안된다는 응답이 48.7%에 달했다. 이유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지원 내용(66.0%), 전문성 부족(20.6%) 등의 응답이 많았다. 

특별법에 의한 피해자 요건에서 개선점을 복수응답으로 물은 결과는 피해 규모 작은 피해자 포함(81.0%), 보증금 범위 확대(76.7%), 이중계약 등으로 입주 못한 피해자 포함(55.4%) 순이었다. 

공공의 보증금채권 매입을 통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78.3%로 높게 나타났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가구들이 든 이유(복수응답)는 최소한의 보증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서(94.3%), 문제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서(78.3%),  피해가 발생한 집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서(72.9%) 순이었다.

보고서는 특별법 상 피해자로 결정되더라도 지원대책이 한정적이라며, “실효성 있고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 공공의 보증금 채권 매입을 통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조사결과 분석을 통해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와 의무 규정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임차권은 권리로서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근거를 들었다. 특히 “주거품질 규제, 신규 계약에 대한 임대료 규제, 계속거주권 등을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행법상 세입자는 권리를 등기로 공시할 수 없는 채권자”라며 “임차권등기, 전세권설정이 세입자의 권리가 될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긴급거처로 활용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수도권에 500호 이상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는 “피해가구 규모를 고려해 재고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경·공매 유예 지원으로 강제퇴거를 방지하는 조치도 중요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중요한 피해지원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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