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영업을 인수하는 경우에 가게를 넘겨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을 ‘권리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거금을 받아 챙기고는 바로 주변에서 같은 업종의 가게를 여는 양도인들 때문에 양수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근에 동종품목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면, 당연히 양수인은 권리금 대비 기대했던 매출이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해가 안 되고 신의에 어긋나지만,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많은 양도인들이 이러한 행동이 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모른다. 알아도 소송까지 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런 뻔뻔한 양도인들을 상대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영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해, 상대방의 영업을 막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법적인 조치로 소송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처분은 시간적인 측면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소송보다 효율적인 수단이다. 진행하는데 1~2개월 정도로 길지 않은 기간이 걸리며, 소송보다 저렴한데 얻는 효과는 비슷하다. 지난한 절차를 밟으며 계약을 취소하는데 골몰하기보다 신속하게 상대방의 영업을 막아 추가적인 손해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영업금지가처분 신청 근거가 되는 규정은 상법 제41조 경업금지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영업 양도인은 양도한 가게와 동일하거나 인접한 지역에서 10년간 동종영업을 하지 못한다. 양수인과 특별히 약정한 바가 있다면, 이와 같은 경업금지 내용이 20년간 유효하다.
그런데 이 ‘동일하고 인접한’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해프닝이 생긴다. 예를 들어 서초구의 서쪽 끝과 동쪽 끝에 각각 위치한 점포라면 같은 구라고 해도 서로 영향을 주기 어렵지 않을까. 실제로 동일한 지역이라고 해도 경쟁지역이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 판례가 있다. 따라서 애매한 케이스라면 전문적인 검토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동종업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동일한 종류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편의점과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생각해보자. 편의점도 아이스크림을 취급할 텐데 둘을 같은 업종으로 봐야할까? 굉장히 모호하다.
실제로 권리금을 지급한 뒤 아귀찜 포장마차를 인수했는데, 양도인이 근처에서 불고기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같은 포장마차니 같은 업종이 아닌가 싶겠지만 양도인은 아귀찜을 팔지는 않았고, 아예 다르다고 보기에는 메뉴가 상당부분 겹치는 것과 같이 애매한 사건이 있었다. 재판부마다 가치 판단이 다르기에 어느 한쪽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사건에서는 두 영업의 동일성이 인정돼 양수인은 영업금지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일단 양도인이 넘긴 가게 인근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위인 것으로 인식하고 재판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어, 이 사건과 같이 꼭 주력 품목이 정확히 같지 않아도 겹치는 품목이 많으면 동종업종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많다.
사실 명확하고 획일적인 기준이 없기에 마냥 쉬운 싸움은 아니다. 영업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 당한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사건 해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확실한 증거를 모으는 것이다. 만약 양도인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개업해서 사업자등록증도 본인 명의가 아니고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라면, 이에 대해서 상법 위반을 주장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사건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직접 진행한 사건 중 양도인이 사업자는 다른 사람이지만 사실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중이라고 단골손님한테 말한 것을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해 영업금지가처분을 이끌어낸 경우가 있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으로 보여도 법정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된 분쟁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와 함께 체계적으로 증거를 수집할 것을 권유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김재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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